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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 영수증 속 두 가지 변화

체감물가, 가격과 수량. 굽은 영수증과 두 가격표를 담은 표지.

같은 물건을 같은 양만큼 샀을 때 얼마가 드는지 먼저 계산하고, 실제 결제액과 견줘 단가와 구매량이 바꾼 몫을 나눈다.

장보기 결제액은 같은 물건의 가격이 오를 때도, 장바구니에 담는 양이 늘 때도 커진다. 체감물가를 영수증 합계로만 읽으면 두 변화가 하나의 숫자에 섞인다. 지난번 장바구니를 이번 가격으로 다시 계산하면 그중 가격이 바꾼 몫을 먼저 읽을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자주 사는 품목을 중심으로 묶은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뉴스의 이 비율을 장보기 영수증의 증가율과 비교하려면 무엇을 같은 조건으로 놓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전국 지수는 대표 품목의 가격 움직임을 종합한다. 영수증의 합계에는 그날 고른 품목, 담은 양, 결제할 때 적용된 단가가 함께 들어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비교의 가운데에 장바구니 하나를 더 놓아 보자. 지난번 산 물건을 같은 양만큼 다시 담되, 가격표는 이번 것으로 붙인다. 그 가상 장바구니를 지난 결제액과 견주면 가격이 바꾼 금액이 나온다. 이번 결제액과 견주면 구매량이 바꾼 금액이 나온다. 물가 지표가 읽는 것과 각자의 영수증이 보여 주는 것이 여기서 갈라진다.

120.73과 2.8%는 무엇을 말할까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이었다. 이 값은 2020년의 지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2026년 10월의 지수가 어느 높이에 있는지 보여 준다. 2.8%는 그 높이를 2025년 10월의 117.42와 견준 변화율이다. 같은 120.73을 직전 달의 120.43과 견주면 공표된 전월비는 0.2%다. 분자가 가리키는 달은 같아도,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전국 지표2025년 10월2026년 9월2026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117.42120.43120.73
생활물가지수120.45123.40123.53
두 지수의 기준은 2020년=100이다. 출처는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11월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 PDF 6~7쪽이다.

전년동월비는 이번 지수에서 전년 같은 달의 지수를 뺀 뒤, 그 전년 지수로 나누어 구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 생활물가지수는 120.45가 각각 분모다. 같은 달과 비교하므로 두 상승률의 기준 기간은 일치한다. 공표된 전년동월비는 각각 2.8%와 2.6%이며, 전월비는 0.2%와 0.1%다. 생활물가지수가 전체 지수보다 더 높은 수준인 123.53에 놓여 있어도 그달의 전년동월비는 더 작을 수 있다. 각 지수가 지나온 경로와 이번에 비교하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직전 달과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9월에서 10월로 넘어갈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에서 120.73으로 올라갔다. 같은 두 달의 전년동월비는 2.9%에서 2.8%로 낮아졌다. 9월의 상승률은 전년 9월을, 10월의 상승률은 전년 10월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전년 대비 상승률이 낮아진 달에도 직전 달보다 물가지수는 높아질 수 있다. ’오르는 폭이 줄었다’는 말을 ’지난달보다 싸졌다’로 읽으면, 기사에 없는 가격 하락을 끌어내게 된다.

2026년 8월부터 10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20.05에서 120.73으로 오르고 전년동월비는 3.1%에서 2.8%로 낮아지는 두 선 그래프.
오른 지수, 낮아진 상승률왼쪽은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오른쪽은 전년동월비다. 9월은 각각 120.43과 2.9%였으며, 두 그래프의 세로 범위는 서로 다르다. 출처는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PDF 6쪽이다.

두 변화율을 놓고 볼 때는 월별 변동과 지난 1년의 누적 변화를 구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의 가격 변화가 작아도 1년 전 같은 달의 지수가 낮았다면 전년동월비가 크게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지수가 올라도 비교의 출발점이 된 지난해 지수가 더 높은 달로 넘어가면 전년동월비는 낮아질 수 있다. 흔히 기저효과라고 부르는 차이다. 실제 10월 공표값은 수준과 상승률이 엇갈렸음을 보여 준다. 그 두 수치만으로 특정 품목이나 정책이 하락을 일으켰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전국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쌀이나 달걀처럼 자주 사는 물건뿐 아니라 집세와 통신, 교통처럼 장보기 영수증에 함께 찍히지 않는 항목도 들어간다. 10월 발표본은 40개 지역에서 조사하는 상품과 서비스 458개 품목을 설명한다. 생활물가지수는 그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화에 민감한 144개 품목으로 만든 보조지수다. 이 보조지수 역시 전국적인 가격 변동을 읽는 통계다. 내가 자주 결제하는 품목을 잘 떠올리게 해 줄 수는 있어도, 내 장바구니와 같은 구성일 이유는 없다. 이번 10월처럼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이 전체보다 낮은 달도 있다. 공표 자료 PDF 7·22쪽

10월의 전년동월비를 지출 목적별로 펼치면 교통은 6.8%,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0.5% 올랐다. 둘 다 같은 2025년 10월과 비교한 전국 지표지만, 가리키는 품목과 지출은 다르다. 식료품 몇 가지의 가격이 유난히 기억에 남은 사람이 전국 식료품 부문 전체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이유는 없다. 반대로 자주 사는 식품 가격이 안정적이어도 교통 지출이 큰 가계의 부담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부문별 수치는 평균 뒤에 다른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어느 집이 얼마를 더 냈는지는 그 집의 구매 기록이 있어야 알 수 있다. 공표 자료 PDF 8쪽

대표 품목의 가격을 한 번씩 더한 뒤 개수로 나누면 모든 품목에 같은 무게가 주어진다. 실제 지수는 가계가 품목마다 쓰는 돈의 비중을 반영한다. 국가데이터처가 설명하는 라스파이레스 방식의 직관도 여기에 있다. 기준 장바구니의 구매 구성을 붙들고 가격이 달라졌을 때 그 비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다. 이 발표본에서 2020년은 지수를 100으로 놓은 해이고, 2022년은 당시 적용한 지출 가중치의 기준연도다. 실제 공표 지수는 조사한 품목과 지역의 지수를 집계하고 새 가중치 구간을 기존 기준에 연결해 작성한다. 한 가정의 영수증 두 장으로 같은 통계를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가격과 수량을 나누어 보는 계산의 출발점은 여기서 가져올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지수 계산방법

같은 가격표, 서로 다른 장바구니

체감물가가 집마다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장보기 예산을 쓰는 비중이다. 같은 품목의 가격이 똑같이 움직여도 두 집의 장보기 비용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자주 사는지, 그리고 그 품목에 장보기 예산을 얼마나 쓰는지가 다르다. 한 집에서는 매주 사는 품목의 가격이 올라도 전체 예산에서 그 몫이 작을 수 있다. 다른 집은 같은 품목을 한꺼번에 사서 결제 횟수는 적지만 예산의 더 큰 부분을 쓸 수 있다. 자주 눈에 들어오는 가격과 예산에 큰 영향을 주는 가격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읽는다.

이 차이를 두 품목만 담은 가상의 장바구니로 볼 수 있다. 품목 A의 단가가 10% 오르고 품목 B의 단가가 5% 내렸다고 하자. 이전 장보기 예산의 80%를 A에, 20%를 B에 썼던 집은 같은 수량을 다시 살 때 비용이 7% 오른다. A의 가격 변동이 전체 비용을 8%p 끌어올리고 B가 1%p를 낮춘 결과다. 앞뒤 가격표는 두 집에 똑같이 주고, 이전 지출 비중만 뒤집어 보자. A에 20%, B에 80%를 썼던 집에서는 A가 2%p를 올려도 B가 4%p를 낮추므로 비용은 2% 내려간다.

첫 줄에는 자주색 토큰 여덟 개와 베이지 토큰 두 개, 둘째 줄에는 자주색 두 개와 베이지 여덟 개가 놓여 있다.
같은 예산, 다른 장바구니토큰 하나는 예산의 10%다. 짙은 자주색은 품목 A, 밝은 베이지는 품목 B다. 위는 80 대 20, 아래는 20 대 80으로 배분한 모의 사례다.

두 결과의 차이는 어느 쪽이 물가를 더 정확히 느꼈는지 보여 주지 않는다. 각 집이 반복해서 사는 묶음의 비용을 같은 수량으로 계산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다. 어떤 가계가 국가 평균보다 더 크게 올랐다고 말하려면 그 가계가 비교하는 품목, 지역이나 매장, 구매 시점, 지출 비중을 알아야 한다. 전국 평균과 다른 경험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평균을 개인별 경험으로 그대로 대입해 특정 집의 비용을 알아낼 수는 없다. 국가데이터처의 가중치 차이 해설

체감물가에는 같은 계산으로 재기 어려운 면도 있다. 출근길마다 마주치는 가격이 바뀌면 기억에 자주 남는다. 매일 보는 가격이 그대로여도 한 달에 한 번 내는 청구서가 오르면 예산에는 더 큰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구입 빈도와 가격 인상에 대한 인식, 지출 증가와 물가 상승의 혼동을 공식 지표와 체감이 갈릴 수 있는 요인으로 설명한다. 어느 요인이 한 사람의 체감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영수증만으로 알아낼 수 없다. 가계의 품목별 가격 노출과 개인이 느끼는 가격 변화는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별개의 질문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체감물가 인식 요인

지금까지는 가격표가 달라져도 각 집이 담던 양은 유지했다. 실제 장보기에서는 그 양도 바뀐다. 같은 우유를 더 샀을 때 늘어난 금액까지 모두 물가로 읽지 않으려면, 가중치 비교 때처럼 무엇을 먼저 고정할지 정해야 한다.

두 영수증 사이의 장바구니

달걀 두 팩, 쌀 한 봉지, 우유 네 개를 담은 가상의 영수증을 펼쳐 보자. 지난번에는 달걀이 팩당 6,000원, 쌀이 봉지당 12,000원, 우유가 개당 3,000원이었다. 이번에는 달걀과 우유의 단가가 올랐고, 우유를 두 개 더 담았다. 쌀값과 달걀·쌀의 수량은 그대로다. 아래에서 비교하는 단가는 같은 상품과 포장 규격을 전제로 한다. 할인 배분이나 품질 변화가 없는 모의 사례다.

품목지난 결제지난 수량에 이번 단가이번 결제
달걀6,000원 × 26,600원 × 26,600원 × 2
쌀12,000원 × 112,000원 × 112,000원 × 1
우유3,000원 × 43,150원 × 43,150원 × 6
합계36,000원37,800원44,100원
세 품목의 가상 단가와 수량을 사용했다. 가운데 열은 실제로 결제한 적이 없는 비교용 장바구니다.

같은 양에 이번 단가를 붙인다

가운데 열에는 지난번과 똑같이 달걀 두 팩, 쌀 한 봉지, 우유 네 개를 남겨 둔다. 달걀의 가격만 한 팩에 600원 올랐으므로 두 팩에서는 1,200원이 늘어난다. 쌀은 가격이 그대로여서 변화분이 없다. 우유는 개당 150원이 올랐으므로 이전과 같은 네 개에서 600원이 늘어난다. 합하면 1,800원이다. 지난번과 똑같은 장바구니를 이번에 사려면 36,000원에서 37,800원으로, 5% 더 든다.

이 계산은 오른 가격에 실제로 대응했는지 묻지 않는다. 수량을 고정했을 때 비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묻는다. 가운데 장바구니가 필요한 이유다. 바로 전과 바로 후의 총액만 놓고서는, 장을 본 사람이 물건을 얼마나 더 담았는지와 같은 양의 물건이 얼마만큼 비싸졌는지를 한 번에 구별하기 어렵다.

이번 단가로 더 담은 양을 센다

이제 두 번째와 세 번째 열을 견준다. 두 열에 쓰인 가격은 같다. 우유만 네 개에서 여섯 개가 됐다. 이번 단가인 3,150원에 추가된 두 개를 곱하면 6,300원이다. 이 금액에 앞서 계산한 가격 변화분 1,800원을 합하면 가상 사례에서 두 결제액의 차이 8,100원이 된다. 가상 사례에서 8,100원은 가격 변화분 1,800원과 구매량 변화분 6,300원의 합이다.

출발점인 36,000원으로 각각 나누어 보면 단가 변화는 전체 지출 증가율에 5%p, 구매량 변화는 17.5%p를 더한다. 두 기여를 합치면 결제액 증가율 22.5%가 된다. 구매량 변화율을 그 직전의 가운데 금액 37,800원으로 나누면 다른 비율이 나온다. 어느 비율을 쓰느냐는 질문에 달려 있다. 여기서는 전체 결제액이 처음보다 얼마나 변했는지 설명하므로 두 항목의 분모를 처음 결제액으로 맞췄다.

위에서는 아이보리색 가격표가 장밋빛 가격표로 바뀌고, 아래에서는 같은 우유 팩이 네 개에서 여섯 개로 늘어난다.
가격표와 구매량을 따로 바꾸기위에서는 품목별 수량을 고정하고 단가만 바꿨다. 아래에서는 단가와 달걀·쌀 수량을 고정하고 우유를 네 개에서 여섯 개로 늘렸다.

이 방법을 여러 품목에 적용할 때는 한 번에 품목 하나를 본다. 먼저 그 품목의 단가 차이에 지난 수량을 곱한다. 그다음 그 품목의 수량 차이에 이번 단가를 곱한다. 값이 내리거나 수량이 줄면 계산한 금액은 음수가 된다. 같은 종류의 금액끼리 모든 품목에서 더하면 가격 변화분과 수량 변화분이 나온다. 단가가 오른 품목과 내린 품목이 함께 있을 때도 계산할 수 있고, 총액의 변화가 작아도 두 변화분이 서로 상쇄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순서를 바꾸어도 총차이는 그대로다. 지난 단가로 우유를 두 개 먼저 더 담으면 수량 변화분은 6,000원이다. 이제 그 수량에 새 가격표를 붙이면 가격 변화분은 2,100원이 된다. 우유가 150원 오르고 두 개가 늘어날 때 생기는 교차분 300원이 두 계산에서 다른 쪽에 배정된다. 계산을 따라 할 때는 가격을 먼저 바꿀지, 수량을 먼저 바꿀지 정하고 끝까지 같은 방식을 쓰면 된다. 이 글에서는 지난 장바구니를 다시 사는 비용을 먼저 묻기 위해 가격부터 바꿨다. 배분의 순서를 설명할 수 있어도, 우유를 두 개 더 산 동기까지 이 숫자에서 읽을 수는 없다.

결제액이 오히려 줄어들 때

같은 이번 가격표에서 우유를 두 개만 담으면 어떻게 될까. 달걀 두 팩은 13,200원, 쌀 한 봉지는 12,000원, 우유 두 개는 6,300원이다. 이번 결제액은 31,500원으로 지난 36,000원보다 4,500원, 12.5% 줄어든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양을 다시 사려면 여전히 37,800원이 필요하다. 같은 장바구니의 비용은 5% 높아졌다.

같은 양을 사는 비용이 오른 날에도, 덜 담으면 결제액은 내려갈 수 있다. 결제액이 줄었다는 사실은 그날 돈을 얼마나 덜 썼는지 알려 준다. 같은 양을 다시 사는 비용이 올랐다는 사실은 무엇을 포기했는지와 관계없이 그 묶음의 가격을 알려 준다. 가계가 덜 사게 된 이유는 예산 제약일 수도, 재고가 남아서일 수도, 구매 시점이 달라져서일 수도 있다. 영수증에 찍힌 두 숫자를 나누는 일은 원인을 알아내기 전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정확히 읽는 일이다.

두 영수증을 비교할 수 있는 조건

자기 영수증에 이 계산을 옮길 때는 합계부터 빼기보다 같은 품목이 양쪽에 있는지부터 본다. 같은 제품이라도 한쪽은 낱개, 다른 쪽은 묶음일 수 있다. 할인은 다른 물건을 함께 살 때만 적용됐을 수 있다. 같은 상품인지, 한 개가 어느 규격인지, 실제로 적용된 할인이나 결제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비교에 쓸 단가를 얻는다. 상품을 한 번 산 때와 여러 번 산 때를 비교한다면 기간을 먼저 맞춘다. 한 번의 큰 장보기와 한 주 전체 지출을 같은 빈도의 기록처럼 놓으면, 구매량 효과 안에 기간 차이가 섞인다.

내용물의 양만 달라진 두 포장은 공통 단위로 바꿔 볼 수 있다. 같은 내용물과 품질을 전제로 500g이 5,000원인 포장과 450g이 5,000원인 포장을 비교해 보자. 앞의 포장은 100g당 1,000원, 뒤의 포장은 100g당 약 1,111원이다. 포장 하나의 결제 가격은 그대로여도 같은 무게를 사는 비용은 약 11.1% 늘었다. 10% 줄어든 용량과 11.1% 오른 단가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수치를 같은 변화율로 쓰면 안 된다.

같은 크기의 두 투명 용기 아래에 같은 가격표가 놓여 있다. 오른쪽 용기의 쌀이 왼쪽보다 낮게 담겨 있다.
같은 가격, 줄어든 내용량같은 크기의 용기와 같은 가격표를 두고 쌀 높이를 비교한 모의 장면이다. 500g과 450g은 본문 계산에 쓴 가정값이다.

용량을 맞춰도 상품의 성질이 달라지면 같은 비교로 묶기 어렵다. 성분이나 등급이 다른 제품으로 바꿨다면 100g당 가격을 각각 계산할 수는 있다. 다만 그 차이에는 가격뿐 아니라 다른 상품을 골랐다는 사실도 들어간다. 장을 본 곳이 달라져 단가가 바뀌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 결제 조건에서 단가가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시장 전체에서 같은 제품의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더 필요하다.

비교 가능한 품목만 먼저 짝을 맞추고,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품목은 따로 남긴다. 지난번에는 없고 이번에만 산 물건의 예전 단가를 모른다면 임의의 숫자를 붙여 두 장의 합계를 맞출 필요는 없다. 짝이 있는 품목의 가격·수량 변화와, 짝이 없는 품목에서 생긴 지출 차이를 각각 계산한다. 마지막에 두 금액을 더해 비교 기간 전체의 지출 차이와 맞는지 보면 된다. 묶음 쿠폰을 어느 품목에 얼마나 적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때는 묶음 단위로 비교하거나 분해 대상 밖에 둘 수 있다. 이렇게 남긴 빈칸은 계산을 못한 흔적이면서, 어느 범위까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표시다.

기록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상품명, 비교 단위, 기간별로 산 양과 실제 낸 금액이다. 같은 상품을 한 기간에 여러 번 다른 가격으로 샀다면, 그 품목에 낸 돈의 합계를 수량의 합계로 나누어 한 단위에 실제 얼마를 냈는지 볼 수 있다. 이 값은 행사일에 더 많이 샀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선반 가격의 변화를 따로 알고 싶다면 같은 매장의 같은 조건에서 적어 둔 가격표가 추가로 필요하다. 영수증만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의 범위를 여기까지로 두면, 구매 시기나 할인 선택의 영향을 물가 자체의 변화로 오인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가격표는 그대로인데 평균 단가가 올랐다면

체감물가를 살피다 보면 산 양도 같고 매장의 가격표도 그대로인데 같은 상품에 낸 돈은 늘어난 경우를 만난다. 한 매장에서 같은 규격의 우유를 지난달과 이번 달에 각각 열 개 샀다고 하자. 두 달 모두 평소에는 개당 3,000원, 행사일에는 2,000원이었다. 지난달에는 행사 가격으로 여덟 개를 사고, 이번 달에는 두 개만 행사 가격으로 샀다. 나머지는 각각 평소 가격으로 샀다.

지난달 결제액은 2,000원에 여덟 개, 3,000원에 두 개를 곱해 더한 22,000원이다. 이번 달은 2,000원에 두 개, 3,000원에 여덟 개를 곱해 더한 28,000원이다. 열 개씩 샀으므로 한 개에 실제로 낸 평균 금액은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평균 단가를 분모로 놓으면 약 27.3% 상승이다. 두 달 사이 할인율과 평소 가격은 그대로였고, 더 비싼 조건으로 결제한 비중이 20%에서 80%로 높아졌다.

앞의 가격·수량 분해에 이 두 평균 단가를 넣으면 6,000원이 전부 단가 변화분에 들어간다. 구매량이 열 개로 같기 때문이다. 같은 영수증을 행사 구매와 평소 구매로 나누면 결과를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다. 두 조건의 가격 변화분은 각각 0원이다. 행사 구매에서 여섯 개가 줄어 12,000원이 빠지고, 평소 구매에서 여섯 개가 늘어 18,000원이 더해진다. 합계는 여전히 6,000원이다. 여기서 바뀐 수량은 우유 전체의 개수가 아니라 두 결제 조건 사이의 배분이다.

이 사례에서는 지난달의 행사 구매 비중을 이번 달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열 개에 22,000원이다. 두 달의 가격표가 같다는 가정 덕분에 가능한 계산이다. 반대로 이번 달에 같은 행사가 열리지 않았거나, 특정 시간에만 갈 수 있어 할인 가격으로 살 수 없었다면 지난달과 같은 방식으로 22,000원에 샀을 거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격표가 두 종류였는지와 내가 그 가격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는지를 나눠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할인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지는 영수증만으로 알기 어렵다. 상품별 행사 여부와 실제 결제액, 수량을 기록하면 어느 가격으로 몇 개를 샀는지 계산할 수 있다. 행사 자체가 줄었는지, 행사는 그대로였는데 다른 날에 샀는지 알려면 매장 행사 기록이나 구매 일정이 더 필요하다. 여러 가계의 체감물가가 같은 이유로 바뀌었다고 해석하려면 그 가계들이 이용할 수 있었던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등이 공동 발간한 편람도 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될 때 판매 조건과 구매 구성을 살핀다. 소비자물가지수 편람 2.115~2.124절

전국 평균과 가까운 숫자를 찾고 싶다면 같은 기간·같은 범위의 지표부터 고른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장보기 밖의 주거비, 교통비와 서비스도 포함된다. 가정의 장보기 영수증 몇 장을 가지고 전국 생활비 전체의 변화를 재구성할 수는 없다. 국가통계포털에는 자신이 소비한 품목이나 지출액을 선택해 공식 물가와 비교하는 체험 기능도 있다. 그 도구에서 가계의 소비 구성을 살펴보는 일과, 실제 영수증에서 더 낸 돈을 단가와 수량으로 나누는 일은 각자 다른 질문에 답한다. 국가통계포털 나의 물가 체험하기


영수증을 다시 펼치면 맨 아래의 합계보다 먼저 같은 품목의 단가와 수량을 볼 수 있다. 지난번 산 것을 이번에 그대로 담았다면 얼마였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 숫자 하나를 가운데에 두면, 가격표를 바꾼 일과 장바구니를 다르게 채운 일이 각각 보인다. 이 계산이 담는 것은 장보기 금액의 변화다. 한 가계가 전보다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보려면 같은 기간의 소득과 그 가계에 적용할 가격 변화도 함께 읽어야 한다.

뉴스의 물가와 결제액 사이의 틈은 서로 다른 것을 재는 숫자에서 생긴다. 비교하는 달과 품목을 먼저 맞추면, 그 틈을 막연한 인상으로 남겨 두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오른 가격이 얼마이고 더 담거나 덜 담은 양이 얼마인지는 영수증의 작은 줄마다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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