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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추가 만족이 줄어도 총만족은 늘 수 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1만 원, 다른 만족. 같은 모양의 지폐 두 장 옆에 각각 교통카드와 한 끼가 놓여 있다.

생활비가 빠듯할 때와 급한 지출을 마친 뒤, 같은 1만 원이 어떤 선택을 열어 주는지 따라간다.

집에 갈 교통비가 모자란 저녁을 가정해 보자. 그때 1만 원이 생기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집까지 갈 방법이다. 그 비용을 마련한 뒤 1만 원이 더 생기면 이번에는 끼니를 챙길 수 있다. 두 번째 돈의 액수도 첫 번째와 같다. 달라진 것은 돈이 들어오기 직전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다. 이 차이를 읽는 데 쓰는 개념이 한계효용이다.

경제학에서 효용(utility)은 소비나 선택으로 얻는 만족을 가리킨다. 사과를 하나 먹은 상태에서 하나를 더 먹을 때 만족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살피면 그 증가분이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다. 두 개를 먹은 상태에서 얻은 만족의 전체는 총효용(total utility)이다. 같은 재화를 한 단위씩 더 소비할수록 각 추가분이 주는 만족이 작아지는 경향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1]

같은 1만 원으로 보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사과 예시에서 늘어난 것은 소비한 물건의 개수다. 생활비 사례에서는 예산이 늘어나며 새로 가능해진 지출과 예비비 확보를 살핀다. 소득 한 단위가 더해질 때의 효용을 설명하는 모형에서도, 같은 금액이 어느 상황에 더해지느냐에 따라 추가 만족을 다르게 본다. 이 글의 비교 대상은 한 사람이 그날 쓸 수 있는 생활비다.[2]

세 상황에서 사람도, 필요한 일도, 가격도 같다고 두자. 다만 그날 쓸 수 있는 돈이 1만 원, 2만 원, 3만 원으로 달라진다. 지출에 배분하는 금액은 설명을 위해 1만 원 단위로 단순화했다.

1만 원만 있는 상황에서는 귀가가 가장 급하다. 아직 집에 갈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 돈으로 교통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손에 쥔 1만 원을 끼니에 먼저 쓰면 돌아갈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때 귀가 비용을 확보하는 만족은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보다 크다.

2만 원이 있는 상황에서는 첫 1만 원으로 귀가 비용을 마련하고, 다음 1만 원으로 끼니를 챙길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할 때는 귀가가 이미 가능한 상태다. 끼니를 챙기는 일에도 가치가 있지만, 이 사례에서는 당장 돌아갈 길을 마련하는 일만큼 절실하지 않다고 본다.

밝은 천 주머니에 초록색 종이돈을 넣는 손과 옆에 놓인 지갑
귀가할 비용을 마련한 뒤에는 다음 1만 원으로 다른 필요를 채울 수 있다.

3만 원이 있다면 귀가와 끼니를 챙긴 뒤 마지막 1만 원을 비상금으로 남겨 둘 수 있다. 다음 지출에 대비할 여유도 이 돈에서 얻는 만족이다. 다만 이 사람에게는 그 여유가 앞서 해결한 두 필요보다 덜 절실하다는 가정이다.

비교의 핵심은 지금 있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1만 원이 더 생겨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다. 귀가할 방법을 그대로 확보한 채, 두 번째 돈으로 끼니를 챙길 수 있게 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끼니가 더 급한 날이나 이미 교통비가 확보된 날에는 가장 먼저 해결할 일이 바뀔 수 있다.

비교하기 전에 같은 조건을 정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적용하려면 무엇이 늘어났는지부터 고정해야 한다. 사과를 먹는 예에서 한 단위는 사과 한 개다. 생활비 예에서 한 단위는 쓸 수 있는 돈 1만 원이다. 교통카드를 한 번 더 찍는 행동과 통장에 1만 원이 더 들어오는 상황은 별개의 비교다. 각각에서 총효용의 기준이 무엇인지 적어 두면 중간에 단위가 바뀌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가령 오후에 이미 정기권을 충전해 둔 사람에게는 귀가 비용이 최우선 지출로 남아 있지 않다. 같은 사람이 다음 날 정기권을 잃어버렸다면 첫 1만 원으로 해야 할 일이 달라질 수 있다. 두 날의 선택을 그대로 이어 붙이면 돈의 단위가 늘면서 한계효용이 변한 것인지, 처음부터 풀어야 할 문제가 달라진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활비 표에서는 하루와 사람을 고정했다.

표의 첫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사람이 길에서 1만 원을 발견한 일과 주머니에 1만 원을 더 넣어 둔 일은 독자의 감정에서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런데 글에서 계산하는 것은 돈을 얻은 경위에서 생긴 기쁨이 아니라, 그 돈이 있어서 가능해진 선택이다. 당첨의 기쁨이나 선물 받은 고마움까지 더하면, 얼마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비교하는 표에 새로운 변수가 들어온다.

더 받은 1만 원과 더 쓴 1만 원

예산이 늘 때 새 돈을 당장 소비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2만 원 중 교통비와 끼니에 꼭 필요한 지출이 끝났다면, 3만 원을 가진 상황에서는 같은 선택을 하고 남은 1만 원을 내일로 넘길 수 있다. 그 돈을 쓰지 않았어도 내일 예상치 못한 비용을 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 달라진다. 생활비 예에서 비상금은 단순히 계산 뒤에 남은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선택한 용도다.

반대로 현금 대신 오늘만 쓸 수 있는 식사 쿠폰 1만 원을 받았다고 해 보자. 이미 배가 부르고 내일로 이월도 안 된다면, 그 쿠폰은 귀가 비용을 마련하거나 비상금을 남길 수 있는 현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액면가만 보면 둘은 1만 원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곳과 시점이 다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돈의 예로 옮길 때 현금과 목적이 정해진 쿠폰을 같은 단위로 넣지 않는 이유다.

이 차이는 사과 예에도 돌아온다. 세 번째 사과를 지금 먹을지, 씻어서 내일 아침에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면 질문은 세 번째 사과를 지금 먹는 만족에서 사과 한 개를 더 가진 상태의 가치로 바뀐다. 더 먹으면 불편하더라도 내일 먹을 사과를 챙겨 둘 수는 있다. 소비량을 늘리는 비교에서 음수가 나왔다고 해서 보관 가능한 물건의 추가 보유도 곧바로 손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순서를 정하는 건 돈에 적힌 숫자가 아니다

교통비와 끼니가 같은 날 모두 필요할 때도 사람이 느끼는 급함은 상황마다 다르다. 막차가 곧 끊기는 날에는 교통비를 먼저 챙길 수 있고, 이미 집에 가는 차편이 정해진 날에는 식사가 우선일 수 있다. 생활비가 1만 원일 때 무엇을 할지 먼저 결정한 뒤, 2만 원이 생기면 그때 어떤 선택을 덧붙일 수 있는지 살피는 방식이 비교에 적합하다. 지출 목록을 미리 정해 놓고 누구나 같은 순서를 따른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두 사람의 돈을 비교하는 경우다. 한 사람은 이미 교통비와 식비가 있고, 다른 사람은 오늘 이동할 비용이 없다면 같은 돈으로 열리는 선택이 서로 다르다. 그렇다고 표의 8점과 5점을 두 사람에게 각각 붙여 누가 얼마나 더 만족했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이 표의 숫자는 한 사람 안에서 가정한 값이다. 다른 사람을 비교하려면 필요와 제약에 관한 자료에 더해, 만족을 서로 비교할 기준도 별도로 정해야 한다.

따라서 두 상황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밝힐 정보는 누가 얼마나 가난하거나 부유한지가 아니다. 이미 가능한 일과 아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다. 버스비가 모자란 경우와 대체 교통편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소득이라도 그날의 한계효용이 다를 수 있다. 소득만 보고 한 사람의 선택을 대신 해석하면 그 차이를 놓치기 쉽다.

추가 만족이 줄어도 총만족은 늘어난다

위의 세 상황을 점수로 옮겨 보자. 돈이 없는 상태의 0점은 이 비교를 시작하는 기준이다. 효용 점수는 한 사람의 선택지에 생긴 변화를 보여 주기 위한 가정값이다. 실제 만족을 측정하거나 여러 사람의 만족을 비교하려면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같은 사람의 생활비 1만 원 단위 비교
가용 생활비한계효용
추가 만족
총효용
그때의 총만족
0원—0
1만 원+88
2만 원+513
3만 원+215

표를 한 줄씩 내려가 보자. 0원에서 1만 원이 될 때 총효용은 0에서 8로 올라간다. 첫 1만 원이 보탠 만족은 8이다. 1만 원에서 2만 원이 될 때는 총효용이 8에서 13이 된다. 두 번째 돈이 더한 만족을 알려면 13에서 바로 앞 상태의 8을 빼면 된다. 5가 남는다.

세 번째도 같은 방식으로 읽는다. 3만 원이 있을 때의 15점에는 이미 앞서 얻은 13점이 들어 있다. 그래서 15에서 13을 뺀 2가 마지막 1만 원이 보탠 몫이다. 반대로 증가분을 모아 보면 8에 5와 2가 차례로 쌓여 총 15점이 된다. 같은 변화를 두 방향에서 읽은 셈이다.

1만 원인 행에서 3만 원인 행으로 한계효용을 확인하려고 한 번에 건너뛰면 15에서 8을 뺀 7이 나온다. 이는 2만 원이 더해진 동안의 두 단위의 한계효용을 합친 값이다. 마지막 1만 원이 보탠 만족을 구하려면 2만 원과 3만 원인 두 행을 비교해야 한다. 무엇을 한 단위로 잡았는지에 따라 뺄 두 값이 정해진다.

추가 만족만 보면 8에서 5로, 다시 2로 줄어든다. 그런데 세 번째 한계효용인 2도 여전히 양수다. 한 단위가 보태는 만족이 작아져도 그 값이 양수라면 총만족은 계속 늘어난다. 달라지는 것은 총만족이 늘어나는 폭이다.[2]

한계효용이 0이라면 새 단위가 더해져도 총효용은 그 자리에 머문다. 추가 소비 자체에서 불편을 느껴 한계효용이 음수가 되면 총효용은 줄어든다. 다만 돈이 더 생겨도 기존 선택을 그대로 하고 차액을 보관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돈을 받은 것과 그 돈으로 원치 않는 소비를 한 것을 따로 봐야 한다.

총효용 표를 빈칸부터 채워 본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그림으로 떠올리기 어렵다면, 총효용보다 먼저 ‘새 단위가 보탠 값’을 한 줄씩 적어 보는 방법이 있다. 가령 재화를 한 개씩 더 소비할 때 증가분이 6, 3, 0, −2라고 가정하자. 소비하지 않았을 때를 0점으로 두면 첫 개를 소비한 총효용은 6점이다. 두 번째에는 3점이 더해져 9점, 세 번째에는 아무 값도 더해지지 않아 여전히 9점, 네 번째에는 2점이 줄어 7점이 된다.

이 예에서 첫 개부터 네 번째까지 한계효용은 6, 3, 0, −2의 순서로 줄어든다. 총효용은 6, 9, 9, 7로 움직인다. 특히 두 개에서 세 개가 될 때 총효용은 그대로지만 한계효용은 3에서 0으로 줄었다. 두 열을 함께 보지 않으면 ‘체감한다’는 말이 매번 만족의 합도 줄어든다는 뜻처럼 읽히기 쉽다. 실제로 두 열이 처음 같은 방향으로 감소하는 지점은 네 번째 소비를 추가할 때다.

이 예에서는 두 개와 세 개가 총효용의 공동 최고점이다. 세 번째의 가격이나 준비 시간이 있다면, 세 번째를 고르는 비용까지 포함한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세 번째를 먹어도 비용이나 부작용이 없고 총효용이 같다면, 이 표만으로 어느 쪽을 반드시 고르라고 할 수 없다. 최고점의 동점과 추가 소비의 비용은 서로 구별해서 판단해야 한다.

독자가 직접 풀어 볼 수 있는 변형도 있다. 연속한 소비량에서 총효용이 0, 4, 10, 12라면 증가분은 4, 6, 2다. 가장 마지막 증가분이 첫 증가분보다 작다는 사실만 보면 체감으로 읽기 쉽다. 하지만 두 번째 증가분이 4에서 6으로 커진 구간이 있다. 따라서 관측 범위 전체에서 계속 체감했다고 쓸 수 없다. 어느 구간에서 커졌고 어느 구간에서 줄었는지 적는 편이 표의 정보를 더 정확히 전달한다.

단위가 두 배일 때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이번에는 생활비 표를 복사한 뒤 2만 원 행을 지워 보자.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갈 때 총효용이 8에서 15가 되므로 늘어난 값은 7이다. 이 구간에는 두 단위가 들어 있으므로, 7을 2로 나눈 3.5는 그 두 단위의 평균 한계효용이다. 3.5는 2만 원에서 3만 원이 되는 바로 그때의 증가분인 한계효용 2와 다르다. 평균으로 요약하는 순간 어느 쪽 단위에서 더 큰 변화가 생겼는지 정보가 사라진다.

예산이 5천 원씩 움직일 때의 만족을 추정하려면, 기존 1만 원 행을 단순히 둘로 쪼갤 수 없다. 5천 원만 있으면 교통비를 일부 낼 수 있는지, 다른 이동 방법이 열리는지, 그 금액으로 가능한 끼니가 있는지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1만 원 증가분이 8이라고 해서 앞뒤 5천 원이 반드시 각각 4의 값을 더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중간 행의 조건을 따로 가정하거나 모르는 칸으로 남기는 것이 맞다.

반대로 자료가 1만 원 단위로만 주어졌는데 독자가 어느 한 지점의 한계효용을 순간 변화율로 묻는다면, 이 표가 답하는 범위를 설명해야 한다. 이 글의 계산은 주어진 두 예산 상태의 차이다. 예산이 1원씩 움직일 때도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고 가정하지 않았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식으로 적을 수 있어도, 표가 없는 중간 지점까지 수치로 채울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표에 적힌 만족과 실제 지출을 함께 읽는 법

총효용 숫자가 주어졌다고 해서 값이 가장 큰 행에 필요한 돈을 무조건 더 지출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령 두 번째 사과가 5점을 더하고 두 번째 음료가 4점을 더해도, 사과 가격이 4천 원이고 음료가 2천 원이면 같은 예산에서 살 수 있는 조합이 달라진다. 선택 가능한 두 단위가 서로 독립적이고 가격당 비교가 적절한 단순한 경우, 가격당 한계효용으로 환산하면 예시의 사과는 1천 원당 1.25점, 음료는 1천 원당 2점이다. 가격을 제쳐 둔 증가분 순서와 원당 증가분 순서가 달라진다.[1]

다만 원당 효용이 더 크다고 표시된 것부터 하나씩 고르는 방법도 모든 경우에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물건을 반으로 쪼개 살 수 없거나, 추가 지출 뒤 남는 돈을 다른 곳에 쓰기 어렵거나, 사과와 음료를 함께 먹을 때의 만족이 따로 계산한 값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예산 안에서 살 수 있는 조합을 몇 개 적고, 그 조합을 선택했을 때와 대안을 선택했을 때의 전체 차이를 비교한다. 가격당 한계효용은 조합을 생각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쓸 수 있다.

직접 계산할 때는 표 옆에 지출로 포기하는 선택도 적어 보자. 2천 원을 쓰면 오늘 남길 교통비가 줄어드는지, 이미 살 예정인 물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이다. 구매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양수여도 다른 곳에서 포기하는 가치가 더 크면 지출하지 않는 쪽을 택할 수 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서 설명하는 추가 만족과, 제한된 예산을 배분하는 의사결정이 만나는 지점이다.

마지막 1만 원이 더 중요해질 때

이번에는 내일 써야 할 작업화를 구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살 수 있는 작업화는 한 켤레 3만 원이고, 당장 빌리거나 더 싼 제품으로 바꿀 방법도 없다고 가정한다. 가진 돈이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늘면 가격에 가까워지지만, 그날 바로 작업화를 살 수는 없다. 2만 원에서 3만 원이 되는 순간에는 구매가 가능해진다.

물건이 든 열린 상자 앞에서 세 번째 초록색 종이 표를 홈에 꽂는 손
세 번째 표가 빈자리를 채우는 장면은 마지막 한 단위가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문턱의 비유다.

앞의 사례에서는 1만 원씩 보태질 때마다 귀가, 끼니, 예비비처럼 다른 필요를 하나씩 채웠다. 작업화의 경우에는 2만 원어치를 내고 필요한 기능의 일부만 가져올 수 없다. 마지막 1만 원은 가격에 가까워지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선택을 연다. 그 선택을 오늘 확보하는 가치가 충분히 크다면 마지막 돈이 앞선 1만 원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가격표가 알려 주는 것은 구매가 가능해지는 지점이다. 같은 구매 문턱을 넘어도 마지막 1만 원의 효용은 그 물건의 필요와 포기하는 대안에 따라 달라진다. 적합한 작업화를 빌릴 수 있거나 구입 시점을 늦춰도 된다면, 같은 가격표 앞에서도 이번 1만 원이 만드는 차이는 작아질 수 있다. 예산이 늘어 가능한 선택이 넓어지는 것과 그중 어떤 선택을 더 원하는가는 다른 문제다.[3]

작업화 문턱을 숫자로 다시 읽어 본다

앞의 예에 숫자를 넣으려면 기준을 하나 더 적어야 한다. 작업화를 오늘 확보했을 때의 만족만 볼 것인지, 그 돈을 다른 데 쓸 수 있었던 가치도 함께 볼 것인지다. 여기서는 1만 원과 2만 원 상태에서 각각 다른 필요를 채울 수 있고, 작업화는 정확히 3만 원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두자. 2만 원을 이미 써 버린 사람에게 1만 원을 더 주는 상황과, 비교 시점에 3만 원을 통째로 배분할 수 있는 상황도 서로 다르다.

당일 예산을 아직 쓰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하자. 예산이 1만 원이면 선택 가능한 조합 중 최고 효용이 4점, 2만 원이면 7점이라고 두자. 3만 원일 때 작업화를 사지 않는 조합은 9점이고, 3만 원을 모두 써서 작업화를 사는 조합은 14점이라고 하자. 이 가정에서는 3만 원 상태의 최선이 14점이므로, 예산이 2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커질 때 한계효용은 14−7=7점이다. 바로 앞 단위의 7−4=3점보다 크다.

여기서 14점은 작업화 조합 전체의 효용이다. 9점은 3만 원 예산 안에서 작업화를 사지 않았을 때의 가장 나은 조합이다. 14에서 9를 뺀 5점은 예산이 같은 상태에서 조합을 바꾼 효과다. 14에서 7을 뺀 7점은 예산 자체가 달라졌을 때 최선의 선택이 바뀐 효과다. 무엇을 그대로 두고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하면 비슷하게 생긴 뺄셈이 왜 다른 값을 답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신발을 빌릴 수 있는 날에는 3만 원을 써서 사는 조합의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같은 예에서 작업화를 사는 조합이 8점이고, 사지 않는 조합이 여전히 9점이라면 최선은 9점이다. 마지막 1만 원의 한계효용은 9−7=2점에 그친다. 3만 원이라는 가격 문턱이 그대로 있어도 구매가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니라면 증가분이 커질 이유는 없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될 만한 구간과 구매 문턱이 두드러지는 구간을 이런 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다.

문턱은 가격표 바깥에서도 생긴다

비슷한 관계는 돈을 모으는 상황 밖에서도 보인다. 작업을 맡기기 위해 왕복 이동과 작업에 60분이 필요하고 시간을 두 번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하자. 연속된 50분이 있을 때는 그 일을 마칠 수 없다. 일정이 10분 늘어 연속된 60분이 되면 가능해진다. 반면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지나 버렸다면 60분이 있어도 같은 선택은 열리지 않는다. 시간의 한계효용을 비교할 때는 양과 함께 연속 여부와 마감이 조건이다.

묶음으로만 파는 물건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자취방에서 지금 전구 한 개만 필요하지만 두 개 묶음으로만 살 수 있다면, 예산이 묶음 가격에 닿는 순간 교체가 가능해진다. 사 놓은 두 번째 전구를 나중에 쓸 수 있으면 남는 한 개에도 가치가 있다. 반대로 규격이 바뀌어 이후에는 못 쓴다면 그 가치는 작다. 구매 문턱과 묶음 안에서 각 단위가 주는 만족은 같은 상황 안에도 함께 존재한다.

또 구매 시점을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진다. 필요한 작업화가 내일 당장 있어야 한다면 오늘의 마지막 1만 원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쉽다. 다음 주에 필요하고 그사이 다른 판매처를 찾을 수 있다면 2만 원인 지금의 상태도 선택을 탐색할 시간을 준다. 지출을 늦출 때 잃는 것과 기다려 얻는 것을 함께 살피면, 돈이 같은데 시간 조건 때문에 추가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내 사례에 옮길 때 확인할 세 가지

첫째, 비교하려는 단위를 구체적인 말로 적는다. 돈 1만 원, 시간 10분, 같은 물건 한 개처럼 크기와 종류가 고정되어야 한다. ‘조금 더’라고 쓰면 두 번의 비교에서 추가된 양이 같은지 알 수 없다. 예산을 비교한다면 돈이 추가되기 직전에 이미 지출한 금액과 아직 배분할 수 있는 돈도 나누어 적는다. 그래야 마지막 단위를 비교할 때 과거에 써 버린 돈까지 선택지에 다시 넣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둘째, 두 상태에서 각각 가장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적는다. 먼저 작은 예산에서 가능했던 대안부터 확인한다. 그다음 큰 예산에서 새로 열린 대안이 그 선택을 이기는지 살핀다. 작업화처럼 문턱이 있을 때 이 순서가 특히 중요하다. 새 선택이 가능해져도 기존 대안이 여전히 가장 나을 수 있고, 그때는 최선의 값이 바뀌지 않거나 조금만 달라진다.

셋째, 한계효용과 총효용을 다른 칸에 기록한다. 앞 상태가 8점이고 뒤 상태가 13점이라면, 이번 단위가 보탠 값은 5점이고 뒤 상태의 전체는 13점이다. 가치에 숫자를 붙일 근거가 없다면 ‘귀가 가능’, ‘끼니까지 가능’, ‘비상금까지 확보’처럼 바뀐 선택만 순서대로 적어도 된다. 답에 필요한 조건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는 그 칸을 비워 두는 쪽이 임의로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유용하다.

이 과정을 마치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맞는지 묻는 질문도 더 좁힐 수 있다. ‘돈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가’보다 ‘같은 조건에서 이 사람에게 다음 1만 원의 한계효용이 이전 단위보다 작은가’가 관찰하기 쉬운 질문이다. 만약 마지막 1만 원만 구매를 가능하게 한다면 그때는 문턱의 위치와 대안까지 기록해 두면 된다. 같은 표에서 체감이 나타난 구간과 한계효용이 다시 커진 구간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두 사례를 가르는 질문은 ‘추가된 돈으로 그전에는 못 하던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새 돈이 이미 해결한 필요 옆에 조금 더 여유를 보탠다면 한계효용이 작아질 수 있다. 필요한 선택의 최소 조건을 마지막 한 단위가 채운다면 그 차이는 커질 수도 있다. 총효용과 한계효용을 함께 볼 때는 돈이 더해지기 직전의 상태부터 정하는 편이 정확하다.

집에 갈 교통비가 마련되면 그제야 다음 끼니를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두 번째 지폐에도 같은 숫자가 적혀 있다. 그 돈을 쥔 사람 앞에는 이제 집으로 갈 길이 열려 있다.

함께 읽기

참고자료

  1. OpenStax, Principles of Economics 3e, 6.1 Consumption Choices · 총효용, 한계효용, 재화 한 단위의 추가 소비.
  2. The Open University, OpenLearn, The economics of flood insurance, 3.2 Individual choices · 소득의 한계효용과 총효용의 관계.
  3. OpenStax, Principles of Economics 3e, 6.2 How Changes in Income and Prices Affect Consumption Choices · 예산 변화로 달라지는 선택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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