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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 채도 차이, 밝기와 선명함을 나누는 2개의 축

명도와 채도의 다른 방향을 표현한 밝은 회청색 면과 짙은 파란색 면의 맞물린 곡면
밝은 면과 색의 기운이 강한 면이 한 형태 안에서 맞물린다.

한 색 계열에서 조건을 하나씩 바꿔, 두 변화가 겹쳤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읽는다.

명도 채도 차이를 이해하려면 ‘더 밝게’와 ‘더 선명하게’를 다른 요청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명도는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채도는 색의 선명한 정도를 가리킨다. 밝은 색에도 회색 기운이 돌 수 있고, 어두운 색에서도 색의 기운은 강하게 남을 수 있다.

파랑을 밝게 바꾸었다고 해서 파랑의 기운까지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파랑이 더 또렷하게 드러나도 밝기가 함께 높아진 것은 아닐 수 있다. ‘색이 달라졌다’는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변화가 들어 있다. 명도 채도 차이를 나누어 보아야 원하는 색을 설명하는 말도 구체적이 된다.

이 글에서는 한 파랑 계열에서 밝기만 바꾼 색, 선명함만 바꾼 색, 두 값을 함께 바꾼 색을 비교한다. 서로 다른 사진의 인상만 견주는 대신, 무엇을 그대로 두었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화면 예시를 사용한다. 마지막에는 같은 ‘명도 50%’라는 숫자가 언제나 같은 밝기를 뜻하지 않는 이유까지 이어 본다.

명도 채도 차이를 보려면 색 계열부터 맞춘다

빨강과 파랑을 나란히 놓고 어느 쪽이 더 선명한지 묻는 순간, 색의 종류가 다르다는 조건도 비교에 들어온다. 빨강이라는 인상이 강해서 선명하다고 말하는지, 실제로 회색 기운이 덜해서 그렇게 말하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명도 채도 차이를 처음부터 한꺼번에 보려 하면, 어떤 변화에 이름을 붙이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그래서 이번 명도 채도 비교에서는 먼저 한 파랑 계열을 정한다. 색상, 곧 휴(hue)는 빨강·노랑·초록·파랑처럼 색의 계열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파랑’이라는 넓은 이름만 같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예시를 만드는 색 모델 안에서 색상각 h를 250도로 고정한다. 이 각도는 그 모델 안에서 색의 방향을 지정하는 값이다. 다른 색 모델의 250도까지 같은 파랑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명도 역시 빛의 양을 그대로 적은 이름은 아니다. 국제조명위원회(CIE)의 명도 정의는 비슷한 조명 아래에서 흰색으로 보이는 기준과 비교해 판단하는 밝기를 가리킨다. 흰 종이와 회색 종이를 같은 환경에 놓고 밝고 어두움을 구별하는 일이 그 뜻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종이가 받는 빛의 양과 종이의 명도를 곧바로 같은 말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명도 채도 관계에서 선명함을 읽을 때는 무채색에 가까워지는 방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같은 파랑 계열에서 회색 기운이 커지는 색과 파랑의 기운이 뚜렷해지는 색을 구별하는 것이다. 다만 일상에서 ‘채도’라고 부르는 말이 모든 색 체계에서 똑같은 수치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용어의 익숙함과 숫자의 뜻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의 예시는 오케이엘씨에이치(OkLCh)라는 색 모델을 사용한다. 밝기를 비교할 L, 크로마(chroma)를 나타내는 C, 색 계열을 지정하는 h를 따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채도를 고정했다’는 설명은 이 예시에서 OkLCh의 C를 고정했다는 뜻이다. 모든 프로그램의 채도 슬라이더가 같은 값을 사용하거나, 모든 관찰자가 완전히 같은 선명함을 느낀다는 뜻은 아니다.

크로마와 새추레이션(saturation)은 엄밀한 정의에서도 기준이 다르다. 이 글은 두 용어를 같은 수치라고 바꾸어 쓰지 않는다. 초심자가 먼저 붙잡을 것은 용어를 많이 외우는 일이 아니라, 지금 예시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명함을 비교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명도 채도 차이를 따로 본다는 말은 이처럼 비교의 출발점을 정하는 일이다. 색 계열을 맞추고, 같은 모양과 같은 배경 안에서 한 값씩 바꾸면 변화의 원인을 더 분명히 설명할 수 있다. 그 뒤에야 두 값이 함께 달라졌을 때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차례로 읽을 수 있다.

밝기와 선명함을 따로 바꿔 본다

출발색은 OkLCh에서 L이 0.55, C가 0.08인 파랑이다. 이 숫자는 실제 벽의 도료나 종이를 측정한 값이 아니라, 아래 화면 예시를 만들기 위해 지정한 모델 좌표다. 한 색에서 무엇을 바꾸었는지 따라가기 위한 기준이므로, 값을 먼저 외울 필요는 없다. 같은 열에서 유지된 값과 달라진 값만 확인하면 된다.

표 1. 같은 파랑 계열의 비교 조건 — OkLCh, 모든 행의 h=250°, 자체 화면 예시
비교 상태LC출발색에서 바꾼 것
출발색0.550.08공통 기준
밝기만 바꾼 색0.700.08L 증가
선명함만 바꾼 색0.550.12C 증가
두 값을 바꾼 색0.700.12L과 C 증가

L은 0~1 표기, C는 이 모델의 무차원 좌표다. C=0.12를 ‘선명함 12%’라고 읽지 않는다. 그림에는 이 좌표를 sRGB로 변환한 색을 사용한다. 8비트 이미지의 색값에는 반올림이 포함된다.

C를 그대로 두고 L을 바꾼 색

출발색에서 C와 h를 유지하고 L만 0.55에서 0.70으로 높이면 ‘밝기만 바꾼 색’을 얻는다. 여기서 달라진 것은 모델의 밝기 축이다. 파랑의 계열을 다른 방향으로 옮기거나 C값을 함께 높이지 않았다. 이 조건을 알고 비교하면, 더 밝아진 인상을 곧바로 선명함의 증가라고 설명하지 않게 된다.

명도 채도 비교에서 밝기 변화는 색의 어둡고 무거운 인상이 줄어드는 쪽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밝아졌다’와 ‘흰색을 일정 비율로 섞었다’는 같은 제작 방법을 뜻하지 않는다. 이번 예시는 L을 지정해 바꾼 것이다. 물감을 섞거나 사진의 노출을 올리는 실제 작업에서는 다른 속성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밝기와 모델값 사이에도 거리는 남는다. C가 같다고 해서 서로 다른 밝기의 두 색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색의 기운을 느낀다는 보장은 없다. 이 예시가 보여 주는 명도 채도 관계는, 선택한 모델 안에서 변화시킨 좌표를 분리해 읽는 관계다. 그 범위를 지키면 ‘밝아진 색’이라는 말을 훨씬 정확히 사용할 수 있다.

L을 그대로 두고 C를 바꾼 색

이번에는 출발색의 L을 0.55로 유지하고 C만 0.08에서 0.12로 높인다. 이 색은 앞의 밝기 변화와 다르게, 같은 모델 밝기값에서 파랑의 기운을 바꾼 경우다. ‘선명함만 바꾼 색’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결과는 같은 출발색을 사용했지만 바뀐 값은 다르다.

밝기만 바꾼 결과와 선명함만 바꾼 결과를 함께 놓으면, ‘더 밝다’와 ‘색 기운이 더 강하다’가 서로 다른 판단임을 비교할 수 있다. 그림의 가지가 갈라지는 지점은 그 공통 출발을 나타낸다. 가지의 길이나 면적이 변화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명도 채도 비교에서 같은 파랑 출발색이 밝기만 바꾼 색과 선명함만 바꾼 색으로 나뉘는 세 색면
같은 출발색에서 위쪽은 L만, 아래쪽은 C만 바꾼 비교색이다. h는 250°로 유지했다. 색면의 길이와 연결선은 변화량의 척도가 아니다.

이 명도 채도 비교는 C를 낮추는 방향으로도 이어진다. 출발색의 L과 h를 유지하고 C를 0.04로 낮추면 회색 기운이 더 도는 비교색을 만들 수 있다. ‘채도를 낮춘다’는 말을 이 예시에 적용하면 어느 값이 줄고 어느 값이 유지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특정 프로그램에서 같은 이름의 버튼을 눌렀을 때 이 좌표만 바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명도 채도 설명에서 사용하는 ‘선명함’의 범위도 구별해 둘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색의 기운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한다. 사진의 초점이나 윤곽, 해상도까지 한꺼번에 평가하는 말로 사용하지 않는다. 같은 ‘선명하다’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지금 비교하는 대상이 색의 속성인지 사진 전체의 상태인지 확인하면 질문이 섞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여기서 ‘진하다’라는 말의 모호함도 드러난다. 어두워져서 진하다고 느끼는 경우와, 같은 밝기에서 색의 기운이 강해져 진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색을 수정해 달라는 요청에 이 말만 남으면 서로 다른 결과를 떠올릴 수 있다. 명도 채도 차이를 읽는 일은 익숙한 말 안에 겹쳐 있던 두 기준을 꺼내는 일이기도 하다.

한쪽은 L=0.70, C=0.04인 밝고 회색 기운이 도는 파랑이고, 다른 쪽은 L=0.55, C=0.12인 더 어둡고 색 기운이 강한 파랑이라고 해 보자. 모델의 밝기는 첫 번째가 높고 C는 두 번째가 높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색’인지를 정하는 비교는 아니다. 원하는 변화에 따라 살펴야 할 값이 달라진다는 점이 이 예시의 쓸모다.

두 변화가 함께 일어난 색을 읽는다

이제 출발색에서 L을 0.70, C를 0.12로 함께 높여 보자. ‘두 값을 바꾼 색’은 앞에서 본 두 변화가 한 결과에 들어 있는 상태다. 출발색과 최종색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밝아졌고 어느 정도 색 기운이 강해졌는지 한꺼번에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 한 가지 말로 변화 전체를 설명하면 비교 조건을 놓치기 쉽다.

중간 비교색을 놓으면 명도 채도 관계를 나누어 읽을 수 있다. 최종색은 ‘밝기만 바꾼 색’과 L이 같지만 C가 다르다. 또 ‘선명함만 바꾼 색’과 C가 같지만 L이 다르다. 한 값만 달라진 비교색을 사이에 두면, 한꺼번에 달라진 결과를 두 기준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같은 파랑 계열의 출발색과 밝기만, 선명함만, 두 값을 바꾼 색이 빈 창의 네 모서리를 이루는 비교
왼쪽 아래가 출발색이다. 위로 비교하면 같은 C에서 L이 달라지고, 오른쪽으로 비교하면 같은 L에서 C가 달라진다. 오른쪽 위는 두 값을 함께 바꾼 결과다. 정확한 조건은 표 1과 같다.

그림의 왼쪽 열부터 보면 출발색과 밝기만 바꾼 색을 비교하게 된다. 오른쪽 열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이번에는 C가 0.12인 두 색 사이에서 L이 달라진다. 가로로 읽으면 다른 관계가 남는다. 아래쪽은 L=0.55를 유지한 C 변화이고, 위쪽은 L=0.70을 유지한 C 변화다. 네 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색을 많이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조건을 가진 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도 채도 비교 방식은 전후 사진을 볼 때 던질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피부나 옷의 색이 한꺼번에 밝고 선명해졌다면, 명도만 변한 예시라고 부르기 전에 보정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색상까지 달라졌거나 주변 배경이 바뀌었다면 비교할 요소는 더 늘어난다. 사진 한 장에서 받은 인상만으로 어떤 조절값이 바뀌었는지 역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명도 채도 비교의 중간 상태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기준이다. 실제 보정 작업이 반드시 두 번의 순서로 진행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며, 물감 두 가지를 섞어 최종색을 만들었다는 뜻도 아니다. 같은 최종색을 서로 다른 경로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과, 지금 읽는 변화의 조건을 나누어 보는 일은 구별해야 한다.

두 좌표를 바꾸었다고 해서 눈의 반응도 두 숫자의 합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색 모델은 차이를 정리하고 예시를 만드는 도구다. 모든 지각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장치는 아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같은 화면에서 비교할 기준을 제공하지만, 두 변화의 심리 효과나 지각 효과가 언제나 일정한 비율로 더해진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비교의 설명을 충분히 마치고 나면 처음의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돌아온다. ‘밝아졌는가’는 어느 L을 비교하는지 묻게 되고, ‘더 선명한가’는 어떤 C와 조건을 기준으로 읽는지 묻게 된다. 두 질문을 함께 할 수 있을 때, 한 전후의 차이를 한 속성의 결과로만 읽는 실수가 줄어든다.

같은 50%가 같은 밝기를 뜻하지 않을 때

앞의 명도 채도 비교에서는 같은 OkLCh 모델 안에서 L과 C를 따로 바꾸었다. 그렇다고 화면에서 ‘명도 50%’라는 숫자를 만날 때마다 똑같은 밝기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숫자가 붙은 척도부터 확인해야 한다. L이라는 글자가 같아도 서로 다른 색 모델에서 같은 뜻과 범위를 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HSL은 색상(hue), 새추레이션(saturation), 라이트니스(lightness)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순수한 파랑은 HSL(240°, 100%, 50%), 순수한 노랑은 HSL(60°, 100%, 50%)로 표현된다. 두 색의 마지막 값은 모두 50%다. 그런데 두 색을 나란히 놓으면 노랑은 파랑보다 훨씬 밝게 보인다.

둘 다 HSL L이 50퍼센트인 파란색과 노란색의 같은 면적 색면 비교
파랑은 HSL(240°, 100%, 50%), 노랑은 HSL(60°, 100%, 50%)다. 같은 HSL L값이 서로 다른 색 계열의 같은 지각 밝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W3C의 CSS Color 4 설명도 이 파랑과 노랑을 예로 들어 HSL의 L과 지각되는 밝기를 구별한다. 같은 50이라는 숫자는 HSL 안에서 같은 좌표를 가리킬 뿐, 서로 다른 색 계열이 눈에 같은 밝기로 보인다는 약속은 아니다. 문서의 해당 설명은 2026년 10월 29일 후보 권고 초안에 수록되어 있다.

OkLCh로 표현하면 같은 sRGB 파랑의 L은 약 0.452, 노랑의 L은 약 0.968이다. 이 값은 앞의 HSL 50%를 조금 보정한 숫자가 아니라, 같은 색을 다른 색 모델로 나타낸 결과다. 두 체계의 숫자를 그대로 더하거나 나누어 밝기의 차이를 계산하는 일도 적절하지 않다. HSL의 50%와 OkLCh의 0.50을 같은 색의 밝기값이라고 바꾸어 쓰지 않아야 한다.

명도 채도 차이를 배우면서 숫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필요는 없다. 숫자는 비교 조건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어느 체계에서 무엇을 나타내는 값인지 함께 읽어야 그 도움이 유지된다. 지도에서 같은 ‘10’이라는 숫자를 보더라도 거리인지 높이인지 단위를 확인하듯, 색의 숫자에도 이름과 기준이 붙어 있어야 한다.

색의 값이 같다는 설명에는 어떤 색 모델의 어떤 값이 같은지도 들어 있어야 한다. HSL의 L, HSV의 V, 먼셀의 명도값, OkLCh의 L을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단위처럼 다루지 않는다. 이 글은 모든 체계의 변환법을 외우게 하려는 설명이 아니다. 같은 숫자로 색을 비교하려 할 때 먼저 확인할 한 가지 기준을 남기는 설명이다.

색을 비교하는 조건도 함께 본다

명도 채도 비교에서 모델 이름을 확인했어도, 실제로 보이는 모든 조건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변 색과 면적, 화면의 표시 방식과 관찰 환경은 여전히 남는다. 이 글의 색면들은 가능한 한 같은 배경에서 비교하도록 구성했지만, 그것이 모든 환경을 통제한 지각 실험이라는 뜻은 아니다.

빛의 양과 화면의 숫자는 다르다

휘도(luminance)는 특정 방향으로 보이는 면의 빛을 다루는 측광량이며, 단위는 제곱미터당 칸델라(cd/m²)다. CIE의 휘도 정의는 방향과 면적 같은 조건을 포함한다. 반면 앞에서 살핀 명도는 기준과 비교하는 지각의 개념이고, L은 선택한 색 모델의 좌표다. 어느 화면에서 L=0.70이라고 지정했다고 해서 그 화면의 휘도가 특정 cd/m²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화면 밝기를 높이는 조작과 그림 속 색의 L값을 바꾸는 조작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화면 밝기 조절은 기기가 빛을 내보내는 조건을 바꿀 수 있고, 색 모델의 L 변경은 콘텐츠의 색값을 바꾸는 일이다. 둘을 모두 ‘밝게 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같은 작업이라고 해석하면 비교가 어긋난다. 어느 쪽을 바꾸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명도 채도 관계를 사진으로 설명할 때도 이 구별이 필요하다. 한 사진이 더 밝아졌다는 사실만으로 피사체의 고유한 표면색이나 실제 조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촬영과 보정, 화면 표시가 서로 다른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자체 색 예시가 실제 안료의 혼합이나 조명 장비의 성능을 증명하는 자료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배경과 형태에서 비교한다

한 색은 검은 배경에, 다른 색은 흰 배경에 놓으면 주변 조건이 다른 비교가 된다. 색면의 크기와 형태까지 크게 다르면 무엇 때문에 인상이 달라졌는지 더 살펴야 한다. 그래서 이 명도 채도 비교 그림에서는 색면에 임의의 광택이나 그림자를 넣지 않고, 실제 색을 보여 주는 부분을 불투명하고 평평하게 유지했다.

대표 이미지의 입체 형태와 본문 비교색의 역할도 다르다. 대표는 밝은 면과 색의 기운이 강한 면의 관계를 표현한다. 본문은 지정한 모델값에 해당하는 색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대표의 조명과 재질을 그대로 복제해 비교색을 만들면 표면의 빛과 그림자까지 색의 차이에 섞일 수 있다. 명도 채도 비교에서 무엇을 읽는 장면인지 먼저 나누는 이유다.

비교색은 h=250°, L=0.55 또는 0.70, C=0.04·0.08·0.12로 지정했다. Oklab 원 개발자가 공개한 변환 방법의 2021년 1월 25일 행렬을 사용했으며, 여섯 색의 선형 sRGB 성분이 모두 0~1 안에 있음을 계산으로 확인했다. 예시 범위에서는 색역 밖의 값을 잘라내지 않았다. 그림의 8비트 색은 반올림 근사이며, 실물 안료를 측정하거나 독자의 화면을 보정한 결과는 아니다.

색역(gamut)은 어떤 장치나 색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뜻한다. 지정한 색이 그 범위 밖에 있으면 화면에 나타내기 위해 조정이 필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원래 지정한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 문제가 생기지 않는 예시 값을 고른 것이다. 다른 값을 지정해 만든 모든 색이 같은 조건을 유지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같은 모델값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모든 화면에서 똑같이 보인다는 주장은 다르다. 기기의 색 처리와 표시 조건, 주변 조명과 관찰자의 차이까지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다. 색면이 잘 구별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숫자만으로 억지로 같은 인상을 느끼려 하기보다, 본문에 적힌 고정값과 변경값을 확인하면 된다. 이미지가 전달하는 차이와 그 차이를 만든 조건을 함께 읽는 편이 정확하다.

원하는 색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말한다

명도 채도 차이는 색을 분류하는 시험 문제에만 쓰이는 구별이 아니다. 사진이나 디자인의 색을 설명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색을 보고 ‘조금 다르게’라고만 요청하는 대신 밝고 어두운 정도를 바꾸고 싶은지, 색의 기운을 바꾸고 싶은지 나누어 보는 것이다.

같은 파랑 계열을 더 밝게 보이게 하고 싶다면, 먼저 현재의 색 기운을 어느 정도 유지할지 생각할 수 있다. 회색 기운을 줄여 파랑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길 원한다면, 밝기가 함께 달라져도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변화를 모두 원한다면 그 사실을 함께 말하면 된다. 이때의 요청은 특정 프로그램의 버튼 이름과 같을 필요가 없다. 원하는 결과의 조건을 설명하는 말이면 된다.

예를 들어 ‘파랑 계열은 유지하고, 어둡게 만들지 않으면서 색 기운을 더해 달라’는 표현은 ‘더 진하게’보다 비교할 조건이 분명하다. 작업 뒤에는 결과를 보고 같은 질문을 다시 할 수 있다. 밝기가 달라졌는가, 회색 기운이 줄었는가, 색 계열까지 다른 방향으로 옮겨 갔는가. 요청과 확인에 같은 명도 채도 기준을 사용하면 무엇이 맞고 무엇이 아직 다른지도 말하기 쉬워진다.

다만 명도 채도 관계를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실제 도구가 모든 속성을 완벽히 독립적으로 조절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조절값을 바꾼 뒤 다른 인상이 함께 달라졌다면 결과를 다시 비교해야 한다. 조절 이름을 믿고 변화의 원인을 단정하기보다, 바꾸려던 조건과 실제 결과가 맞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남는다.

명도 채도 기준으로 요청을 나누었다면, 바꾼 결과를 원래 크기와 실제 사용할 크기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작은 그림에서 구별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넓은 배경의 인상을 바꾸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읽을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시의 색을 그대로 쓰는 일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결과에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데 이 비교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드시 모든 대화에 L과 C의 숫자를 꺼낼 필요도 없다. 이번 예시의 숫자는 두 변화를 분리해 이해하기 위한 기준이었다. 실제로 색을 설명할 때는 ‘밝기는 지금 정도를 유지하고 싶다’, ‘색이 덜 회색처럼 보였으면 한다’처럼 평이한 말로 옮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용어의 양보다, 같은 말로 같은 변화를 가리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더 밝게’와 ‘더 선명하게’ 사이에는 바꾸려는 조건의 차이가 있다. 명도 채도 차이를 알면 밝은 색을 무조건 선명한 색으로 읽지 않고, 한꺼번에 달라진 색을 한 가지 변화로만 설명하지 않게 된다. 같은 색 계열에서 무엇을 남겨 두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그 두 질문으로 다시 색을 볼 수 있다.

색온도, 빛의 색과 카메라의 흰색 사이광원 자체의 색과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가 어떻게 다른지 이어 읽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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