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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 상자 3개의 소실점은 모두 같을까?

원근법이라는 제목과 질문 곁에 푸른색·흰색·주황색 상자 세 개를 놓은 작업실의 개념 장면

시점을 고정한 채, 자리만 옮긴 상자와 방향을 돌린 상자의 모서리를 따라간다.

세 상자가 한 그림에 있다고 해서 그 모서리를 모두 같은 소실점에 맞출 필요는 없다. 먼저 실제 공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멀어지는 모서리끼리 골라야 한다. 카메라의 자리와 방향을 고정하고, 고른 모서리가 영상면과 평행하지 않다면 그 연장선들은 같은 소실점을 향해 모인다. 상자가 어디에 놓였는지와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는 서로 다른 조건이다.

여기서는 평평한 바닥에 놓인 설명용 상자 A, B, C를 비교한다. A와 B는 방향을 같게 두고 서로 다른 자리에 놓는다. C는 자기 자리에서 돌리기 전과 뒤를 본다. 세 상자의 크기와 높이는 같고, 카메라는 수평을 유지한다. 각 도해는 이 관계를 읽기 쉽게 배치한 별개의 설명 예다. A와 B를 비교하는 그림 안에서, 또 C의 회전 전후를 비교하는 그림 안에서 카메라와 배율을 유지한다. 이 조건 안에서 위치와 회전이 그림에 남기는 차이를 살핀다.

이 글의 원근법은 직선이 한 화면에 투영되는 투시도법에 범위를 둔다. 멀리 있는 산의 색이 옅어지는 대기 효과나 모든 작도 도구의 사용법까지 설명하는 글은 아니다. 우선 세 상자의 어느 모서리를 함께 연장할 수 있는지 읽는다. 소실점을 몇 개 외우는 일보다, 어떤 선들을 같은 묶음으로 볼지 정하는 일이 먼저다.

원근법에서 소실점을 공유하는 조건

소실점은 그림 속 물체마다 붙이는 고유한 표식이 아니다. 실제 공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평행선들이 그림 위에서 향하는 점이다. 같은 상자 안에도 서로 다른 방향의 모서리가 있고, 서로 다른 상자에도 같은 방향의 모서리가 있다. 물체의 개수와 방향의 묶음 수가 꼭 같지는 않다.

원근법을 읽을 때는 두 공간을 함께 보게 된다. 하나는 상자가 놓였다고 정한 입체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자가 보이는 평면의 그림이다. 입체 공간에서 평행한 두 모서리도 그림에서는 서로 다른 기울기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림 위에서 이미 평행해 보이는 선만 골라야 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깊이 방향의 모서리를 놓치기 쉽다.

카메라 앞에서 철길 두 줄이 멀어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선로의 실제 간격을 일정하게 두어도 화면에서는 두 줄이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현실의 레일이 앞에서 접합되는 것은 아니다. 원근법의 소실점은 공간의 끝에 놓인 물건이 아니라, 같은 방향의 선들이 그림에서 맺는 관계를 표현한다.

그림이 맺힌다고 정한 평면을 영상면이라 부른다. 안쪽으로 멀어지는 방향처럼 영상면과 평행하지 않은 선들은 연장했을 때 유한한 소실점을 갖는다. 영상면과 평행한 방향은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그 경우까지 무조건 한 점에 모으지 않으며, 뒤에서 화면 밖의 점과 나누어 읽는다.

MIT Vision Book의 직선 투영과 소실점 설명은 소실점이 직선의 시작 위치가 아니라 방향에 의존한다는 관계를 식으로 다룬다. 여기서는 그 원리를 세 상자에 적용한다. 물체 이름 대신 대응하는 모서리를 고르면, 자리를 옮긴 경우와 방향을 바꾼 경우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한 상자의 두 방향을 나누어 본다

상자 윗면에는 두 수평 방향의 모서리가 있다. 앞쪽 변과 뒤쪽 변은 한 묶음이고, 그 두 변을 잇는 옆쪽 모서리들은 다른 묶음이다. 실제 공간에서 같은 묶음 안의 모서리는 평행하다. 반면 이웃한 두 묶음은 서로 직각을 이룬다. 원근법에서 이 두 묶음을 따로 읽는 이유다. 한 상자의 모서리라는 공통점만으로 한 소실점에 모두 연결하지 않는다.

비스듬히 놓인 상자를 수평 카메라로 볼 때는 이 두 수평 방향이 서로 다른 소실점을 향할 수 있다. 그때 세로 모서리는 수직으로 남는다. 흔히 말하는 2점 투시는 이런 두 수평 방향을 읽는 데 쓰인다. 두 점은 두 물체의 점이 아니라 두 방향의 모서리 묶음에 대응하는 점이다.

상자의 한 면을 영상면과 나란히 놓고 정면으로 보면, 그 면의 수평 모서리도 영상면과 나란하다. 그 방향의 선들은 그림에서도 평행하게 남고, 안쪽으로 이어지는 방향만 유한한 점으로 모인다. 1점 투시와 2점 투시를 구별할 때도, 숫자 뒤에 어떤 모서리의 방향이 있는지 함께 보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두 수평 방향이 모두 유한한 소실점을 갖는 배치에서 시작한다. 같은 조건으로 그린 상자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 한 면이 더 좁게 보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면의 넓이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소실점부터 만들지는 않는다. 먼저 그 면의 모서리가 실제로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확인한다.

위치가 달라도 방향이 같은 상자 A와 B

이 원근법 예에서 A와 B는 같은 크기이며 같은 방향으로 놓인 상자다. B가 A보다 옆에 있고 조금 더 멀리 있다고 하자. 두 상자의 앞면과 옆면은 화면의 다른 위치에 보이고, 먼 B는 더 작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간에서 대응하는 모서리의 방향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가령 A의 윗면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모서리 하나를 고른다. B에서도 같은 역할의 모서리를 찾는다. 두 모서리가 공간에서 평행하도록 놓였다면, 그림 위의 연장선은 같은 소실점으로 향한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작한 선들이 하나의 방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림 속 선의 기울기가 서로 달라도 원근법의 이 관계는 성립한다.

다른 수평 방향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한다. A의 다른 쪽 모서리와 B의 대응 모서리를 짝짓는다. 이번 묶음은 앞서 찾은 점과 다른 소실점에 모일 수 있다. 두 상자는 같은 두 방향을 갖기 때문에, 방향별로 같은 점을 공유한다. 원근법에서 같은 소실점을 쓴다는 말에는 어느 방향을 함께 묶었는지가 들어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위치의 상자 A와 B에서 같은 방향의 모서리를 연장해 공통 소실점을 확인하는 도해
A와 B는 자리와 거리가 달라도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 푸른색으로 고른 윗모서리들이 오른쪽의 공통 소실점으로 이어진다.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 보이는 선끼리 무조건 한 묶음으로 고르면 안 된다. 상자의 왼쪽에 보이는 모서리가 다른 상자에서는 반대쪽으로 기울어 보일 수도 있다. 화면상의 기울기는 선의 위치와 투영이 함께 만든 모습이다. 원근법의 대응 관계를 확인하려면 상자를 구성하는 실제 방향을 보아야 한다. 종이 위의 사선 모양만으로는 그 방향을 확정하기 어렵다.

크기 역시 방향을 대신하지 않는다. 같은 상자를 더 멀리 옮기면 화면의 면적이 작아져도 모서리의 실제 방향은 유지된다. 작은 상자이므로 소실점을 더 가까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거리 때문에 생긴 크기 차이를 방향의 변화로 바꾸게 된다. 크기와 교점은 각각 무엇이 달라졌는지 따로 확인한다.

원근법 도해에서 가까운 상자의 연장선은 길게 표시되고 먼 상자의 연장선은 짧게 표시될 수 있다. 선을 어디까지 표시했는지는 도해의 편집 범위다. 그려진 선분이 짧다는 사실과, 그 선이 이어졌을 때 향하는 점은 같은 정보가 아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선분을 넘어 연장해 비교해야 한다.

A와 B에서 비교할 것유지하거나 달라진 조건그림에서 읽을 것
놓인 자리와 거리서로 다르다위치와 보이는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응하는 모서리의 실제 방향같다같은 방향군은 같은 소실점을 공유한다
카메라와 수평 바닥유지한다같은 투영 조건에서 비교한다

이 표는 실제 촬영 자료의 측정 결과가 아니라, 상자 배치의 조건과 그에 따른 투영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같은 소실점이 나왔다는 결과만으로 두 물체의 실제 크기나 거리가 같다고 역으로 결론 내릴 수도 없다. 같은 점은 같은 방향을 읽는 단서이지, 물체의 모든 속성이 같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제 A와 B를 그대로 두고 C를 살펴볼 수 있다. 자리가 달라도 방향을 유지하면 같은 점을 공유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다음 비교에서는 C의 자리까지 바꾸지 않는다. C를 제자리에서 돌려, 실제 방향이 달라졌을 때 모서리의 수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본다.

같은 자리에서 상자 C를 돌리면

C도 처음에는 A와 B와 같은 방향으로 놓는다. 회전 전 장면에서는 세 상자의 대응하는 수평 모서리가 같은 두 소실점을 공유한다. C가 화면의 다른 쪽에 보이더라도, 그 위치 차이는 앞의 A와 B에서 확인한 것과 같은 종류의 차이다.

이제 C의 중심 위치와 높이를 유지한 채 수직축을 중심으로 돌린다. 바닥 위에서 방향을 바꾸되 위로 기울이지 않는다. 카메라의 자리와 방향도 그대로 둔다. 돌리기 전과 뒤에서 바뀐 것은 C의 두 수평 모서리 묶음이 향하는 방향이다. 실제 면의 방향이 바뀌면, 그 면을 이루는 모서리가 화면에서 향하는 점도 달라질 수 있다.

회전 전후를 다른 카메라로 그리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더 크게 확대하거나 중심을 옆으로 옮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 그림은 같은 카메라와 배율로 읽고, 상자 중심이 놓인 자리를 맞춘다. 원근법의 차이를 설명할 때 비교 조건은 그림 밖의 작은 주석이 아니라 결과를 읽는 기준이다.

고정한 중심에 상자 C의 회전 전 점선 윤곽과 회전 후 입체를 겹쳐 한 방향군의 소실점 변화를 비교하는 도해
점선은 회전 전, 실선과 입체는 회전 후다. 흰 점의 중심과 카메라·배율을 유지하고, 한 수평 방향군의 윗모서리와 소실점 변화를 겹쳐 읽는다.

돌리기 전 A와 B에 평행했던 C의 모서리는 돌린 뒤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번 예의 회전은 원래 두 방향과 겹치지 않도록 정했다. 따라서 C의 두 수평 방향군은 A와 B가 공유하는 점들과 다른 점을 갖는다. A와 B까지 C의 새 점에 맞추어 다시 그릴 이유는 없다. 세 상자의 방향이 모두 같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근법에서 소실점을 새로 정할지는 상자를 돌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사각형 바닥의 상자를 정확히 90도 돌리면 두 모서리 방향의 역할이 서로 바뀔 수 있다. 이때 방향군을 이름만 바꾸어 읽는 경우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회전이라는 말 자체보다, 회전 뒤의 실제 방향이 기존 방향군과 같은가이다.

수평선은 유지되고 모이는 점은 달라진다

C의 새 수평 방향군도 같은 수평 바닥 안에 있다.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고 상자를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그 소실점들은 A와 B의 점들과 같은 수평선 위에 놓인다. 원근법에서 점들이 선을 따라 달라지는 것과 수평선 자체가 움직이는 것은 다른 변화다.

원근법의 수평선은 화면에 실제 바다나 먼 들판이 그려져 있어야만 생기는 선이 아니다. 방 안의 상자 그림에도 수평 방향들이 모이는 기준선이 있다. 벽이나 다른 물체에 가려 눈으로 수평선을 볼 수 없어도, 같은 수평면에 속한 방향의 소실점들을 잇는 관계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수평선 위에 놓인다고 말한 것은 수평 바닥 안의 방향들이다. 경사진 지붕의 선처럼 위로 기울어진 방향까지 모두 그 선에 모인다고 확장하면 안 된다. ‘같은 그림의 소실점은 수평선 위’라는 짧은 문장에는 어떤 방향을 말하는지가 빠져 있을 수 있다. 원근법에서는 점뿐 아니라 그 점을 만든 선의 조건도 함께 읽어야 한다.

이 예의 회전 후 장면에는 A와 B가 공유하는 수평 방향의 점 두 개와, C의 다른 수평 방향의 점 두 개가 있다. 한 장면에서 네 곳을 구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상자를 그리는 기본 분류의 숫자만 늘려 새 이름을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상자의 방향군을 세는 일과 장면 전체의 서로 다른 방향군을 세는 일을 구별하면 된다.

이 차이를 알면 ‘2점 투시로 그렸으니 모든 물체가 같은 두 점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점검할 수 있다.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물체들은 공유할 수 있다. 다른 방향으로 돌아간 물체는 그 방향에 맞는 점을 읽어야 한다. 장면이 하나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물체가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 밖의 소실점과 평행하게 남는 선

모서리의 연장선을 그렸는데 종이 안에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바로 그림이 틀렸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유한한 교점이 화면 밖에 있는 경우와 유한한 교점이 없는 방향을 나누어 본다. 두 경우는 겉으로 모두 점이 안 보이지만, 선들이 맺는 관계는 다르다.

소실점은 화면 밖에 있을 수 있다

한 점을 향하는 선들의 일부만 잘라 보면 그 점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넓은 그림에서 가운데 사각형만 골라 읽는다고 생각해 보자. 선들은 그 사각형을 지나 계속 이어지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창은 그중 일부다. 표시 범위의 경계가 원근법의 수렴 관계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표시 창 안의 평면 모서리들이 창 밖 오른쪽 위의 유한한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원근법 도해
표시 창은 같은 투영의 일부다. 창 안의 평면 모서리를 따라 연장하면 바깥의 유한한 점에 닿는다. 창 안에 점이 안 보인다는 것과 점이 없는 것은 다르다.

이 원근법 도해의 사각형은 카메라를 옮긴 새 그림이 아니라, 같은 그림에서 보이는 범위를 나눈 표시다. 실제로 이미지를 잘라 다른 크기로 표시하면 새 화면의 픽셀 좌표는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원래 같은 방향군이 같은 점으로 모인다는 투영 관계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범위와 배율의 표시는 카메라의 변경과 구별해야 한다.

소실점을 모두 그림 안에 넣으려고 점을 임의로 가까이 당기면, 모서리의 방향과 면의 비례까지 달라질 수 있다. 넓은 여백이나 바깥쪽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다. 종이 안에 점을 예쁘게 배치하는 일보다, 선택한 시점과 물체의 방향에 맞는 선을 유지하는 일이 먼저다.

따라서 화면 밖의 점을 찾을 때는 선을 연장할 공간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두 선이 거의 나란해 보이면 멀리까지 이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도 같은 실제 방향의 모서리를 골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방향의 선을 길게 늘려 교점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상자의 올바른 소실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상면과 평행한 선에는 유한 교점이 없다

앞의 경우에는 멀리라도 유한한 교점이 있었다. 반면 영상면과 평행한 방향은 그림에서도 평행하게 남는다. 현재처럼 카메라가 수평이고 상자를 기울이지 않은 예에서는 수직 모서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두 수직 모서리를 위아래로 더 길게 이어도 화면의 한 유한한 점으로 모이지 않는다.

상자 모서리를 크게 보여 주며 세 수직선이 나란히 남는 관계를 강조한 도해
이 예의 수직 모서리는 영상면과 평행하다. 그림 밖에 임의의 점을 찍어 모든 세로선을 그쪽으로 꺾지 않는다.

원근법에서 이 방향의 소실점을 무한대에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것을 화면 바깥의 아주 먼 장소에 점 하나를 찍으라는 지시로 읽지는 않는다. 유한한 교점이 없다는 수학적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멀리 있는 점’과 ‘유한한 점을 갖지 않는 방향’을 구별하면 작도할 때의 오해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모든 그림의 세로 모서리가 언제나 평행하다는 뜻은 아니다. 카메라를 위나 아래로 기울이면 수직 방향도 카메라의 영상면과 다른 관계를 맺는다. 높이 방향의 선이 모이는 3점 투시를 읽을 때는 그 달라진 시점이 필요하다. 여기서 세로선이 평행하다고 한 조건을 다른 촬영 각도에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같은 그림에서도 위치에 따라 세로 모서리의 길이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멀리 놓인 같은 크기의 상자가 더 작게 보이는 일과, 수직 방향의 선들이 평행하게 남는 일은 함께 성립한다. 길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평행 관계가 사라지지도 않고, 평행하다는 이유로 원근법 그림 속 길이를 모두 같게 맞출 필요도 없다.

두 예외를 다시 적용해 보면 확인할 질문이 분명해진다. 같은 방향으로 멀어지는 선인데 표시 창에서만 점이 안 보이는가. 아니면 영상면과 평행한 방향이라 유한한 점이 없는가. 원근법의 교점을 찾기 전에 이 구별을 해 두면, 선을 잘못 고른 문제와 화면의 범위 문제를 뒤섞지 않을 수 있다.

모서리를 연장해 직접 확인하는 순서

먼저 지금 읽는 상자의 어떤 모서리가 실제 공간에서 평행한지 정한다. 규격 상자의 맞은편 모서리처럼 설정이 분명한 대상을 사용하면 기준을 잡기 쉽다. 그림 위에서 기울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두 선을 묶지 않는다. 현재 예의 A와 B에서도 같은 역할의 모서리를 짝지어야 한다.

원근법을 검산할 때는 그다음 선택한 모서리의 선을 곧게 연장한다. 한 방향군의 두 선이 만나는 점을 확인한 뒤, 같은 방향에 속하는 다른 모서리도 그 점을 향하는지 본다. 원근법의 소실점을 찾을 때 한 선만으로는 그 선 위의 어느 점을 고를지 정할 수 없다. 두 개 이상의 대응 선을 대조하는 이유다. 다른 방향군은 따로 골라 같은 과정을 거친다.

C를 확인할 때는 회전 전후의 같은 모서리를 추적한다. 전후의 크기나 카메라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먼저 보고, 바닥에서 방향만 달라졌는지 읽는다. A와 B를 C의 점에 억지로 맞추는 대신, 회전 후 C가 실제로 어느 방향군에 속하는지 확인한다. 서로 다른 조건의 그림을 같은 실험처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이 원근법 예의 핵심이다.

수평 방향의 소실점이라면 같은 수평선 위에 놓이는지도 확인한다. 수직 방향처럼 영상면에 평행한 경우에는 유한한 점을 찾는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다. 선의 방향, 카메라의 조건, 표시 범위 중 어느 것이 달라졌는지를 적어 두면, 막연히 ‘원근이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손으로 그린 선에는 작은 오차가 들어갈 수 있다. 선을 아주 멀리 연장하면 그 작은 기울기 차이가 큰 간격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한 번의 교차만으로 자유손그림 전체가 틀렸다고 판정하는 도구는 아니다. 임의의 사진도 실제 평행 관계와 렌즈/촬영 조건을 모르면 단순한 두 선만으로 구조를 모두 복원할 수 없다. 여기서는 조건을 정한 설명용 도해를 확인한다.

위치가 달라도 교점이 같아지는 계산

같은 방향이 같은 점으로 모이는 관계는 간단한 좌표로도 읽을 수 있다. 다음은 실제 촬영 측정이 아니라 직접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든 단위 없는 설명용 예다. 카메라를 원점에 두고 좌우를 X, 위아래를 Y, 앞쪽 깊이를 Z로 정한다. 영상면의 거리를 1로 놓는 정규화된 핀홀 카메라 모델을 사용한다.

여기서 선택한 원근법 모델은 한 시점에서 입체 점을 그림의 좌표로 옮기는 단순한 투영이다. 공간의 점이 (X, Y, Z)에 있으면 그림에서는 (X/Z, Y/Z)에 놓인다. 이 원근법 계산의 숫자는 미터나 화면의 실제 픽셀 수가 아니다. X와 Y를 같은 깊이 Z로 나누는 관계를 보기 위한 좌표다. 도해의 표시 크기나 화면 위치는 이 계산과 별도로 정할 수 있다.

첫 선분은 공간의 (0, −1, 2)에서 (1, −1, 3)으로 잇는다. 끝점으로 이동한 양은 X에서 1, Y에서 0, Z에서 1이므로 방향은 (1, 0, 1)이다. 두 끝점을 투영하면 (0, −1/2)과 (1/3, −1/3)이 된다. 시작점과 끝점의 깊이가 다르므로, 같은 Y값도 그림에서는 서로 다른 높이로 보인다.

둘째 선분은 공간의 (−1, −1, 2)에서 (0, −1, 3)으로 잇는다. 위치는 첫 선분과 다르지만 끝점까지의 변화는 똑같이 (1, 0, 1)이다. 두 끝점의 투영은 (−1/2, −1/2)과 (0, −1/3)이다. 출발 위치를 옆으로 옮겨도 실제 방향을 유지한 두 선을 만든 셈이다.

비교공간의 두 끝점그림에 투영한 두 끝점
첫 선분(0, −1, 2) → (1, −1, 3)(0, −1/2) → (1/3, −1/3)
둘째 선분(−1, −1, 2) → (0, −1, 3)(−1/2, −1/2) → (0, −1/3)

그림 위에서 첫 선분을 잇는 직선은 y = x/2 − 1/2다. 둘째 직선은 y = x/3 − 1/3이다. 두 식을 같게 놓으면 x/2 − 1/2 = x/3 − 1/3이고, 정리하면 x/6 = 1/6이므로 x는 1이다. 어느 식에 넣어도 y는 0이 된다. 따라서 두 직선의 교점은 (1, 0)이다.

교점이 같은 이유는 시작점을 같은 곳에 찍었기 때문이 아니다. 시작점은 달라도 방향을 같게 두고, 같은 카메라 모델로 투영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선분의 위치 항은 다르지만 두 선이 공유하는 방향은 같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했다. 이 계산은 한 방향군의 소실점을 검산한 예이며, 세 상자의 모든 모서리나 임의의 사진 전체를 검사한 결과는 아니다.

방향을 (Dx, Dy, Dz)로 적으면, 이 정규화 모델의 유한한 소실점은 Dz가 0이 아닐 때 (Dx/Dz, Dy/Dz)로 나타난다. 방금의 방향 (1, 0, 1)을 넣으면 (1, 0)으로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반면 Dz가 0인 영상면 평행 방향에는 이 나눗셈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앞에서 따로 설명한 유한 교점 없는 경우가 여기와 연결된다.

원근법의 투영식과 소실점의 유도는 MIT Vision Book의 Linear Perspective 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타대학교의 원근법 수학 해설도 투영과 소실점의 관계를 다룬다. 자료마다 좌표축과 기준 평면을 정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식을 가져올 때는 숫자만이 아니라 그 좌표 규약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처음의 세 상자로 돌아오면 연장할 선의 기준이 달라진다. A와 B에서는 실제로 같은 방향을 향하는 모서리끼리 짝짓는다. C에서는 같은 자리의 회전 전후를 따라, 달라진 방향군에 맞는 점을 읽는다. 화면 밖으로 이어지는 유한한 점과 평행하게 남는 방향도 구별한다. 세 물체를 같은 틀에 맞추는 대신, 모서리들이 실제로 공유하는 방향을 그림 위에서 확인하는 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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