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린 개수와 다시 외울 때 줄어든 시간을 구별하기
망각곡선의 세로축에 ‘기억률’이라고 적혀 있으면, 배운 내용 가운데 지금 떠올릴 수 있는 몫을 생각하기 쉽다. 에빙하우스의 고전 실험에서 ‘기억률’로 소개되는 숫자는, 같은 내용을 다시 외울 때 처음보다 얼마나 시간이 덜 들었는지를 나타낸다.
이렇게 줄어든 학습 시간의 비율을 절약률이라고 한다. 이전에 배운 효과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재학습으로 살피는 간접적인 방법이다. 무엇을 몇 개 떠올렸는지 묻는 검사와는 질문이 다르다.
기억을 재는 한 가지 방법
에빙하우스의 『기억에 관하여』 영역본 7장을 보면, 그는 자신을 대상으로 무의미한 음절 목록을 학습했다. 목록을 두 번 연속 틀리지 않고 외울 때까지 익힌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같은 기준에 이를 때까지 다시 외웠다. 처음과 나중에 걸린 시간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같은 수준까지 익히는 데 든 시간을 비교하려면, 처음 학습과 재학습의 도달 기준이 같아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 외울 때까지 공부하고, 나중에는 눈에 익는 정도로만 살폈다면 두 시간의 차이를 같은 과제를 끝내는 데 든 수고의 차이로 읽기 어렵다.
재학습 시간이 줄었다면 앞선 학습의 효과가 남아 있음을 살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만큼의 항목을 보지 않고 바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익히는 데 필요한 수고와 지금 곧바로 꺼낼 수 있는 답을 구별해야 한다.
원래 실험의 계산에는 낭송 시간 제외와 필요한 보정도 들어갔다. 아래 예시는 그 절차를 그대로 재현한 실험이 아니라, 절약률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화한 가정이다.
10분이 4분으로 줄었다면
어떤 자료를 정해 둔 기준까지 처음 익히는 데 10분이 걸렸다고 하자. 시간이 흐른 뒤 같은 기준까지 다시 익히는 데는 4분이 걸렸다.
처음보다 덜 든 시간은 6분이다. 절약률은 이 6분을 처음 학습에 든 10분과 비교한다.
절약률 = (처음 학습 시간 − 재학습 시간) ÷ 처음 학습 시간 × 100
이 가정에 숫자를 넣으면 다음과 같다.
(10분 − 4분) ÷ 10분 × 100 = 60%
이 가정에서 절약률 60%는 처음 학습 시간에 비해 그만큼 시간을 덜 들였다는 뜻이다. 다시 들인 4분은 처음의 40%다. 여기서 60%와 40%는 모두 학습 시간의 관계를 나타낸다. 절약률 60%를 ‘10개 중 6개를 기억했다’는 항목 수의 비율로 옮길 수는 없다.
회상률은 항목 수로 계산한다
이번에는 별도의 회상 과제를 가정해보자. 앞서 배운 10개 항목을 보지 않고 떠올렸을 때 3개를 정확히 말할 수 있었다면, 회상한 항목의 비율은 30%다.
3개 ÷ 10개 × 100 = 30%
절약률은 줄어든 시간을 처음 학습 시간과 비교하고, 회상률은 떠올린 항목 수를 전체 항목 수와 비교한다. 둘 다 퍼센트로 쓰지만, 무엇을 나누었는지가 다르다.
| 구별할 것 | 재학습의 절약률 | 회상한 항목의 비율 |
|---|---|---|
| 묻는 질문 | 같은 기준까지 다시 익힐 때 시간을 얼마나 덜 들였는가? | 자료를 보지 않고 몇 개를 떠올렸는가? |
| 분모 | 처음 학습에 든 시간 | 검사한 전체 항목 수 |
| 설명용 가정 | 처음 10분, 다시 4분 → 60% | 10개 중 3개 → 30% |
60%와 30%는 서로 다른 과제를 가정한 예시이며, 한 실험에서 함께 관측한 결과가 아니다. 절약률 60%만으로 회상률 30%를 계산할 수 없고, 두 숫자의 크기로 기억력이 더 좋고 나쁘다고 판정할 수도 없다.

바로 떠오르지 않는 내용도 다시 익힐 때는 처음보다 시간이 덜 걸릴 수 있다. Murre와 Dros의 2015년 재현 논문도 바로 회상하지 못하는 기억의 흔적을 재학습의 절약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을 논의한다.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과 이전 학습의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곡선이 곧 복습 시간표는 아니다
절약률을 알았다고 개인의 복습 시각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익혔는지, 어느 기준까지 익혔는지, 얼마나 뒤에 다시 살폈는지라는 조건이 수치와 함께 남는다.
에빙하우스의 고전 실험은 자신을 대상으로 무의미한 음절을 학습한 결과다. 앞서 살핀 2015년 재현 연구도 참가자가 1명이었다. 특정 조건의 결과를 이해하며 읽는 책이나 시험 범위 전체에 그대로 붙여, 누구나 같은 시간이 지나면 같은 비율만큼 잊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원저에서 사용한 시간 간격은 재학습을 통해 변화를 살핀 실험 조건이다. 모든 학습자에게 가장 좋은 복습 간격으로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구별이 일정한 간격으로 복습하는 학습의 효과가 없다는 증명도 아니다. 한 실험의 수치에서 보편적인 시간표를 바로 끌어낼 수 없다는 말과 복습의 효과가 없다는 말은 다르다.
퍼센트라는 표기가 같아도, 그 값을 만든 행동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에빙하우스의 곡선에서는 ‘몇 개를 떠올렸는가’보다 ‘다시 익히는 데 얼마나 덜 걸렸는가’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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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같은데 왜 설명이 안 될까? 메타인지로 보는 공부의 착각이해했다고 느끼는 것과 혼자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이어 읽는다.
참고자료
- Hermann Ebbinghaus, Memory: A Contribution to Experimental Psychology, Chapter VII. 1885년 원저의 1913년 영어 번역본. 재학습 방법과 절약률의 정의·조건을 확인했다.
- Jaap M. J. Murre·Joeri Dros, “Replication and Analysis of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LOS ONE, 2015, 10(7): e0120644. 재현 방법·표본과 절약률·회상 측정의 차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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