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아카이브 · 04
텔레마코스의 즉위와 서쪽 항해, 호메로스 23·24권이 남긴 다른 귀환
트로이를 떠난 사람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다. 활을 당기고 구혼자들과의 싸움도 끝낸다. 여기까지는 영화 《오디세이》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같은 방향을 본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다르다. 원작의 오디세우스는 아내와 아버지, 공동체와의 관계를 다시 잇고 이타카 안에 남는다. 영화의 오디세우스는 왕좌를 텔레마코스에게 넘긴 뒤 페넬로페와 서쪽으로 떠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장면 삭제가 아니다. 원작이 “무너진 집을 어떻게 다시 세울까”를 묻는다면, 영화는 “전쟁에서 달라진 사람이 예전 자리로 그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묻는다.
결말 스포일러 · 먼저 답하면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과의 싸움에서 크게 다치지만 살아남는다. 그는 이타카의 왕으로 다시 통치하지 않고, 텔레마코스가 왕위를 잇는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전쟁에서 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서쪽으로 항해한다.
2026년 8월 26일 기준이다. 이 글은 공개된 영화 결말 보도와 호메로스 원전 23·24권을 대조한 해설이다. 개인 관람 후기나 감독의 의도를 사실처럼 대신하지 않는다. 전체 여정을 먼저 읽고 싶다면 《오디세이아》 전체 줄거리와 10년 귀환의 이유에서 시작하면 된다.
01 · 결말 정리
영화 결말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오디세우스는 정체를 감춘 채 이타카로 돌아오고, 활을 둘러싼 시험과 구혼자들과의 싸움을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지만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싸움이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가 왕의 복귀로 곧장 닫히지도 않는다.
결말에서 확인되는 사건은 세 가지다.
-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에 남아 다시 통치하지 않는다.
- 텔레마코스가 왕위를 잇는다.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서쪽으로 항해한다.
이 흐름은 People의 결말 정리와 Los Angeles Times의 각색 분석에서 교차 확인할 수 있다.
서쪽을 곧바로 죽음이나 사후세계로 단정하면 영화가 보여준 사실보다 앞서 나가게 된다. 저무는 해의 방향이라 그런 상징으로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화면이 확정하는 사건은 살아남은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떠난다는 데까지다.
확인된 사건과 해석은 분리해야 한다. 생존, 즉위, 항해는 사건이다. 유배, 애도, 은퇴, 속죄는 그 사건을 읽는 해석이다.
영화가 바꾼 것은 오디세우스의 죽음이 아니라 귀환의 종착점이다.
02 · 원전의 결말
원작 오디세이아는 어디에서 끝나는가
원작에서 구혼자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결말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적을 이겼다고 해서 남편과 아들, 왕의 자리가 저절로 복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23권과 24권은 전투 뒤에 남은 관계를 차례로 확인한다.
침상 시험: 얼굴보다 둘만 아는 구조
페넬로페는 돌아온 남자를 곧바로 남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녀에게 부부의 침상을 방 밖으로 옮기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반응한다.
침상은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를 기둥 삼아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다. 뿌리를 자르지 않고는 옮길 수 없다.
이 장면의 핵심은 가구가 아니다. 둘만 아는 집의 구조다. 영웅의 명성이나 흉터보다 함께 만든 삶의 기억이 더 정확한 신분 증명이 된다. 원전의 세부는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23권에서 확인할 수 있다.
23권에는 한 가지 중요한 여지도 남아 있다. 오디세우스는 테이레시아스가 예고한 또 다른 내륙 여행을 페넬로페에게 말한다. 원작도 그의 삶이 영원히 정지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여행은 영화처럼 왕좌를 아들에게 넘기고 떠나는 장면과 같은 사건이 아니다.

라에르테스와 평화: 집 안의 재회에서 공동체의 질서까지
24권에서 오디세우스는 늙은 아버지 라에르테스를 찾아간다. 부부가 다시 만나는 데서 끝났다면 귀환은 집 안의 사건에 머물렀을 것이다. 원작은 아버지와 아들의 계보까지 다시 잇는다.
이어 죽은 구혼자들의 가족이 복수를 요구하며 무장한다. 이것이 전투 뒤에 남은 구체적인 문제다. 새로운 싸움이 벌어진 뒤 아테나가 충돌을 멈추고 평화를 세운다. 자세한 흐름은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24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작의 오디세우스는 왕좌를 텔레마코스에게 넘기고 떠나지 않는다. 그는 이타카 안에 남는다. 마지막 장면은 개인의 승리보다 복수의 연쇄가 멈추는 데 무게를 둔다.
03 · 각색의 선택
영화가 바꾼 네 장면
왕좌: 복귀에서 이양으로
원작에서 왕좌는 권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집과 혈통, 통치가 다시 연결됐다는 표지다. 오디세우스가 그 자리에 남아야 20년의 부재가 일단락된다.
영화는 같은 자리를 텔레마코스에게 넘긴다. 아들은 더 이상 아버지의 빈자리를 잠시 지키는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온 뒤에도 자기 시대를 시작한다.
영화 결말을 이해할 핵심은 오디세우스가 떠났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그가 떠난 뒤 누가 남아 미래를 맡는가다.
정체의 증거: 올리브 침상에서 아테나의 금빛 핀으로
원작의 페넬로페는 움직일 수 없는 침상의 비밀로 남편을 확인한다. 영화는 그 기능을 아테나의 금빛 핀으로 옮긴다. 이 각색의 세부는 Entertainment Weekly의 원작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올리브 침상은 함께 만든 삶을 증명한다. 금빛 핀은 오디세우스가 겪고 돌아온 세계를 증명한다.
원작이 ‘우리의 집’을 통해 남편을 알아본다면, 영화는 ‘당신이 통과한 전쟁’을 통해 귀환자를 알아본다.
전투 뒤의 책임: 신의 중재에서 인간의 선택으로
원작은 구혼자 유족의 복수를 아테나가 멈춘다. 영화는 이 긴 후일담 대신 오디세우스가 자리를 비우는 선택을 둔다. 텔레마코스는 통치를 맡고,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떠난다.
원작에서는 신의 명령이 공동체의 싸움을 끝낸다. 영화에서는 아들이 미래의 통치를 맡고, 아버지는 전쟁과 폭력의 기억을 안은 채 다른 길로 간다.
귀환의 끝: 정착에서 다시 항해로
원작은 흩어진 관계를 한곳에 다시 모은다. 영화는 도착한 사람을 다시 바다 위에 올려놓는다.
왕좌를 되찾았는지가 아니라, 되찾을 수 있는 왕좌를 왜 아들에게 넘겼는지가 마지막 질문이 된다.
원작과 영화, 한눈에 비교
원작
왕좌 ·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에 남는다.
정체 · 둘만 아는 올리브나무 침상으로 확인한다.
평화 · 아테나가 복수의 연쇄를 멈춘다.
끝 · 관계와 공동체를 한곳에 다시 묶는다.
영화
왕좌 · 텔레마코스가 다음 왕이 된다.
정체 · 아테나의 금빛 핀이 중심에 놓인다.
평화 · 각자가 감당할 역할을 나눈다.
끝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가 다시 바다로 나간다.

04 · 결말의 의미
왜 왕좌를 떠나게 했을까
누가 왕이 되느냐는 권력의 문제이면서, 내일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다. 영화는 오디세우스가 모든 것을 되찾은 뒤 예전처럼 통치하는 결말을 택하지 않는다.
몸은 고향에 도착했지만 왕의 일은 아들에게 넘어간다. 아내와 다시 만났지만 부부는 고정된 궁전보다 움직이는 배를 택한다.
쉬운 말로 하면 각자가 감당할 일을 다시 나눈 것이다. 이를 ‘역할의 재배치’라고 부를 수 있다. 텔레마코스는 이타카의 미래를 맡고,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지나온 전쟁과 죽음의 무게를 안고 떠난다.
이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 공개된 결말 장면은 왕위 이양과 서쪽 항해를 확인해 주지만, 감독의 의도가 오직 속죄나 세대교체였다고 단정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결말은 책임 있는 물러남으로도, 고향에 머물지 못하는 도피로도 읽을 수 있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를 사랑했는지가 쟁점은 아니다. 자신이 만든 폭력의 결과를 떠남으로 감당한다고 보는지, 남아서 감당했어야 한다고 보는지가 판단의 갈림길이다.
영화는 그 답을 닫지 않는다.

05 · CaritaStar의 판단
돌아온다는 것과 예전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
호메로스는 올리브나무 침상과 아테나의 평화로 다시 살 수 있는 집을 완성한다. 영화는 빈 왕좌와 서쪽 항해로 이전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사람을 남긴다.
원작의 귀환은 되찾는 일이고, 영화의 귀환은 넘겨주는 일이다. 하나는 관계와 질서를 한곳에 다시 묶는다. 다른 하나는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고, 돌아온 사람을 다시 길 위에 세운다.
그래서 마지막 배는 탈출처럼도, 애도처럼도, 늦은 책임처럼도 보인다. 어느 해석을 택하든 한 가지는 남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 예전 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같지 않다.
이어 읽기
확인에 사용한 자료
- 영화 《The Odyssey》 공식 사이트
- People, 영화 결말 정리
- Los Angeles Times, 원작에서 달라진 영화 결말 분석
- Entertainment Weekly, 영화와 원작 결말 비교
- Homer, Odyssey Book 23
- Homer, Odyssey Book 24
제작 고지
이 글의 최종 편집과 발행 판단은 CaritaStar Archive가 맡습니다.
영화에서 확인되는 사건, 원전의 서술, CaritaStar의 해석을 분리했습니다. 원문은 길게 옮기지 않고 장면과 구조를 요약했습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