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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 3가지 자금 흐름 읽기

주홍색 바탕에서 투명한 유리판과 어두운 유리판이 교차하고, 위에 ‘AI 버블’과 ‘투자와 거래가 겹칠 때’ 문구가 놓인 이미지.

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을 지분투자·대출·미래 구매 약정으로 나누어 보는 기업 사이의 돈 흐름

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은 AI의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지금의 기업 평가와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묻는다. 기술이 유용한가와 그 기술에 건 투자가 어떤 수익을 낼 것인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기업 사이에서 큰돈이 오간다는 소식도 그 둘을 한꺼번에 답해 주지는 않는다.

이 논란에서 거론되는 순환투자는 기업 사이의 투자 관계와 재화·서비스 거래가 겹치는 구조다. 공급자가 고객에게 투자하고, 그 고객이 다시 공급자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한 예다. 연결을 이해하려면 액수와 함께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 지급하거나 약속했는지를 읽어야 한다.[1]

AI 버블 논란 속 순환투자는 투자와 거래가 겹친 관계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AI 개발사에 투자한다고 하자. AI 개발사는 그 기업의 클라우드를 빌려 모델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운영한다. 클라우드 기업은 개발사의 투자자이면서 서비스를 파는 거래 상대다. AI 개발사는 투자를 받는 회사이면서 사용료를 내는 고객이다.

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이런 연결을 순환투자·순환금융·순환거래 등의 표현으로 설명한다. 이 글에서는 금융 관계와 재화·서비스 거래가 겹치는 범위에 초점을 둔다. 주식의 소유 관계가 사슬처럼 이어지는 순환출자와 같은 뜻으로 쓰지는 않는다.

2026년 10월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 연구는 투자 관계와 공급자·고객 관계가 겹친 기업 사이의 연결을 살핀다. 공급자가 고객에게 자금을 대는 방향뿐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공급을 확보하려고 공급자를 지원하는 방향도 포함한다. 따라서 세 기업을 거쳐 같은 돈이 완전한 원을 그려야만 순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1]

AI 버블을 판단하려면 관계가 겹친다는 사실과 그 관계에서 어떤 돈이 움직였다는 설명을 구별해야 한다. 투자금은 지분과 연결되고, 대출금에는 갚을 의무가 따른다. 서비스를 사겠다는 미래 약정은 지급 일정과 이행 조건이 있는 계약이다. 한 거래의 숫자를 다른 거래의 이름으로 읽으면 연결의 의미가 달라진다.

투자금·대출·구매 약정은 같은 돈이 아니다

계산을 위한 가정을 하나 놓자. 클라우드사 A가 AI 개발사 B의 신주를 인수해 10억 원을 지급하고, 금융사 C도 B에 20억 원을 빌려준다. A의 돈은 기존 주주에게 간 주식 매매대금이 아니라 B에게 직접 들어온 신주 대금이다. B는 A의 서비스를 앞으로 3년 동안 총 30억 원어치 구매하기로 계약한다.

오늘은 그 서비스가 아직 제공되지 않았고 B가 사용료를 미리 낸 것도 아니다. B의 시작 현금과 그 밖의 거래는 없다고 단순화한다. 다음 표는 실제 기업의 거래나 실적이 아니라 이 가정만을 정리한 것이다.

같은 기준시점에서 본 가정 거래와 B의 현금
오늘의 가정 거래B에게 지금 들어온 현금별도로 남는 관계·조건
A가 B의 신주 대금 10억 원 지급10억 원A는 B의 지분을 취득한다.
C가 B에 20억 원 대출20억 원B는 C에 원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
B가 A의 서비스를 3년간 총 30억 원 구매하기로 약정0원오늘은 선납·서비스 제공이 없다. 구매와 지급은 계약의 미래 일정에 따른다.

B가 오늘 조달한 현금은 10억 원 + 20억 원 = 30억 원이다. 앞으로 서비스를 사기로 한 30억 원은 이 현금에 한 번 더 더할 돈이 아니다. 세 거래의 액수를 합친 60억 원을 B의 현재 현금이나 매출이라고 부를 수 없다.

같은 30억 원이 두 번 등장하지만 서로 다른 항목이다. 앞의 30억 원에는 지금 받은 자금이, 뒤의 30억 원에는 앞으로 구매할 서비스가 담겨 있다. 금액이 같아도 ‘받았다’와 ‘앞으로 구매한다’는 서로 다른 문장이다.

AI 순환투자 설명용 개념 이미지: 라일락색 바탕에 원판이 든 종이 상자와 펼쳐진 흰 종이를 나란히 두고, ‘지금 받은 돈’과 ‘앞으로의 구매 약속’을 구별한 개념 이미지.
지금의 현금과 미래 구매 약정은 다른 항목이다. 사물의 개수나 크기는 금액 비율을 뜻하지 않는다.

A의 입장에서도 구매 약정 30억 원이 계약 당일 전부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15호의 공개 원칙은 약속한 재화·서비스의 이전과 수행 의무의 이행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도록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매출을 장부에 반영하는 시점은 계약 서명이나 현금 수령 시점과 같다고 놓을 수 없다.[2]

서비스를 사용하고 대금을 치르면 달라지는 것

시간이 지난 뒤 A가 원래 약정에 포함된 6억 원어치 서비스를 B에 제공하고, B가 그 대금을 지급했다고 하자. 다른 현금 이동이 없다면 B의 현금은 30억 원 − 6억 원 = 24억 원이 된다. C에 원금을 갚은 것은 아니므로 대출 원금 20억 원은 그대로 남는다.

서비스가 실제 이전되고 다른 수익 인식 요건도 충족한다는 가정에서 A의 해당 서비스 매출 6억 원이 생긴다. B가 돈을 마련한 일과 A가 서비스를 팔아 매출을 얻는 일은 주체와 시점이 다르다. 3년 구매 약정 30억 원을 매년 자동으로 10억 원씩 매출에 넣는 계산도 이 가정에는 없다.[2]

여기서 24억 원은 이 단순한 가정에서 B에게 남은 현금이다. 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돈이나 사업의 순이익이 아니다. 이자·세금·다른 운영비와 거래도 계산하지 않았다. 실제 기업을 읽을 때는 적용 회계기준과 계약 조건, 집행과 지급의 시점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거래 상대에게 자금을 대는 이유

기업이 거래 상대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공급자는 고객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쓰고 어떤 속도로 사업을 키우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순환투자 관계는 외부 자금 제공자가 얻기 어려운 정보를 주고, 고객의 구매를 지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1]

반대 방향의 지원은 필요한 공급을 확보하려는 목적과 연결된다. 사업에 꼭 필요한 자원을 소수 기업만 제공한다면 고객이 공급자에게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어 접근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BIS 연구는 이런 공급 확보와 정보 차이를 금융 관계와 거래 관계가 겹치는 경제적 이유로 설명한다.[1]

AI 순환투자 논란에서 가정의 A와 B를 볼 때도 자금 지원이 B의 구매를 뒷받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왜 그 계약을 택했는지, 거래가 얼마나 이익을 낼지는 가정의 숫자로 알 수 없다. 지원이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과, 그 거래가 앞으로 충분한 이익과 현금을 만들어 낸다는 결론 사이에는 아직 확인할 조건이 남는다.

순환투자 관계가 취약해지는 조건

가정의 B가 A의 사용료를 냈다는 소식과 B가 자신의 서비스를 팔아 고객에게 대금을 받았다는 소식은 다르다. 앞에서 이동한 6억 원은 B가 A에 지급한 서비스 대금이었다. B가 외부 고객에게 받은 돈을 뜻하지는 않았다. B의 수입을 알려면 B가 판 서비스와 그 고객이 지급한 대금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B의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치면 A는 B의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일과 앞으로의 서비스 판매가 줄어드는 일을 함께 겪을 수 있다. 투자 대상과 거래 상대가 겹치는 순환투자에서는 금융 손실과 판매 감소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한 지점이다. C의 대출금 회수도 B의 지급 능력에 달려 있지만, C가 가진 대출과 A가 가진 지분·판매 관계는 같은 항목이 아니다.[1]

초록색 바탕에서 하나의 고정 고리에 두 금속 추가 매달려 있고, 아래에 ‘지분 가치’와 ‘거래 매출’이 표시된 개념 이미지.
같은 상대의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치면 지분 가치와 거래 매출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추의 무게는 손실액이나 확률을 뜻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10월 공개 개요는 당시 금융 안정 위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AI의 수익화나 생산성 개선이 기대에 못 미칠 때 기업 간 연결이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3] 이는 산업 차원의 조건부 분석이며 가정의 B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판정한 결과는 아니다.

금액뿐 아니라 날짜도 살펴야 한다. B가 고객에게 받을 돈이 생기는 시점과 서비스료·대출을 지급해야 하는 시점이 다르면 자금의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추가 조달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그 돈을 마련할 조건도 영향을 준다. 매출이 증가한다는 말만으로 비용·상환 일정까지 모두 감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가정에는 B의 고객 매출과 운영비, 대출 상환일이 주어져 있지 않다. 남은 현금 24억 원과 원금 20억 원만 비교해 안전하거나 위험하다고 판정할 수 없는 이유다. 순환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현재 매출이 모두 허위이거나 붕괴가 정해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연결된 거래를 지탱할 수입과 지급 조건이 무엇인지가 남는다.

처음의 30억 원에도 서로 다른 주체와 날짜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B가 오늘 조달한 현금이고, 다른 하나는 B가 앞으로 구매하기로 한 서비스의 금액이었다. 순환투자를 읽는 일은 그 돈이 돌아오는 모양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받았고, 어떤 의무가 남았으며, 앞으로 무엇으로 그 약속을 이행할지를 함께 읽는 일이다.

순환투자 거래를 네 문서로 나누어 읽는다

AI 순환투자라는 표현은 여러 계약을 한 문장으로 묶는다. 실제 구조를 확인하려면 발표 제목보다 각 문서가 답하는 질문을 나눈다. 투자 발표는 누가 누구의 지분이나 권리를 얻는지, 대출 계약은 원금·이자·상환 조건이 무엇인지, 구매 약정은 어떤 서비스가 언제 제공되는지, 재무제표와 주석은 집행된 거래가 어느 기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보여 준다.

  • 자금 조달 문서 — 신주, 기존 주식 매매, 전환권, 담보·상환 의무를 구별한다.
  • 상업 계약 — 최소 구매액, 사용량, 계약 기간, 취소·변경 조건을 확인한다.
  • 실적 공시 — 약정 총액이 아니라 해당 기간에 실제 제공된 서비스와 인식한 수익을 본다.
  • 현금흐름·주석 — 현금 수령·지급, 미수금·선수금, 관계회사나 집중 위험의 설명을 확인한다.

네 문서에 같은 숫자가 반복돼도 네 번 생긴 돈이라고 합치지 않는다. 30억 원의 투자와 30억 원의 구매 약정이 함께 발표됐다면 오늘 들어온 현금, 미래에 지급할 서비스 대금, 지분 가치와 상환 의무를 각각 기록한다. AI 순환투자를 읽는 첫 단계는 금액의 합계가 아니라 항목의 이름과 시점을 맞추는 일이다.

공개 자료가 발표 요약만 제공한다면 확인하지 못한 조건을 남긴다. 계약의 일부가 비공개라는 이유로 가장 유리하거나 가장 불리한 조건을 채워 넣지 않는다. 알 수 있는 거래와 아직 알 수 없는 조항을 구분해야 버블이라는 평가도 사실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현금·서비스·회계의 세 시계를 맞춘다

같은 계약에도 세 개의 시간이 흐른다. 현금 시계는 돈이 실제로 오간 때, 서비스 시계는 컴퓨팅·모델·장비가 제공된 때, 회계 시계는 적용 기준에 따라 자산·부채·수익·비용으로 인식된 때다. 세 날짜가 같을 수도 있지만 자동으로 일치한다고 놓지 않는다.

가정의 B가 오늘 30억 원을 조달하고 3년에 걸쳐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조달 현금은 첫날 생기지만 구매 비용과 A의 수익은 계약 이행에 따라 나뉠 수 있다. B가 고객에게 받을 매출은 또 다른 시계다. B의 고객 매출이 생기기 전에 서비스료와 대출 이자가 먼저 나가면, 장기 사업성이 있어도 단기 현금 부족이 생길 수 있다.

AI 순환투자 구조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일로 표를 만든다. 오늘까지 실제 받은 현금, 오늘까지 제공된 서비스, 아직 남은 구매 의무, 대출 원금과 만기, 외부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을 같은 날짜로 맞춘다. 서로 다른 기간의 누적 숫자를 한 줄에 놓으면 규모가 커 보이거나 위험이 작아 보일 수 있다.

순환투자 관계를 점검하는 여섯 가지 질문

  • 외부 고객이 실제로 지급한 매출은 얼마이며 투자·대출금과 구별되는가
  • 서비스 사용량이 약정보다 적거나 많을 때 지급액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매출이 늦어져도 이자·원금·구매대금을 낼 현금이 있는가
  • 한 거래 상대의 실패가 지분 가치와 판매 매출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가
  •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 어떤 조건과 희석·상환 부담이 생기는가
  • 계약이 변경·취소되거나 담보가치가 낮아질 때 손실을 누가 먼저 부담하는가

여섯 질문은 붕괴 가능성을 점수로 만드는 공식이 아니다. 연결된 계약이 어느 현금에 의존하고, 충격이 어떤 경로로 전달될 수 있는지 찾는 순서다. 답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위험이 반드시 크다는 결론도 같은 말은 아니다.

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을 투자 판단에 바로 쓰지 않는다. 산업의 생산성, 개별 기업의 계약, 자본 구조, 주식 가격은 서로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이 글의 가정은 거래 이름과 현금 시점을 구별하기 위한 도구이며 특정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주가 방향을 판정하지 않는다.

순환투자의 총액과 지급 순서를 함께 읽는다

앞의 가정을 이어서 AI 순환투자 구조의 지급 일정을 한 번 더 읽어 보자. B는 30억 원을 조달한 뒤 서비스 대금 6억 원을 지급했으므로 현재 현금이 24억 원이다. 여기서는 새 투자나 추가 대출이 없고, 다음 두 달 동안 다른 운영 지출도 없다고 단순화한다. 아래의 일정과 금액은 구조를 설명하려고 새로 정한 가정이며 실제 회사의 계약을 옮긴 것이 아니다.

첫째 달에는 원래 30억 원 구매 약정에 포함된 서비스 대금 8억 원을 지급하고, C의 대출 원금 가운데 10억 원을 갚기로 한다. 둘째 달에는 같은 구매 약정의 서비스 대금 8억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B는 두 달 사이에 자신의 서비스를 구매한 외부 고객으로부터 12억 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 고객은 A나 C가 아니라는 조건도 따로 둔다.

외부 고객의 지급이 첫째 달에 먼저 이루어진 경우에는 24억 원에 12억 원이 더해지고, 서비스 대금 8억 원과 대출 원금 10억 원이 나간다. 첫째 달 말 현금은 18억 원이다. 둘째 달에 서비스 대금 8억 원을 지급하면 현금은 1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 계산에서는 각 지급일 전에 필요한 현금이 있다는 조건을 충족한다.

고객이 둘째 달 말에 지급하는 경우에는 순서가 달라진다. 첫째 달 말 현금은 24억 원에서 18억 원을 뺀 6억 원이다. 둘째 달 초에 서비스 대금 8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고객의 12억 원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 지급일에 필요한 돈은 2억 원 부족하다. 두 달 전체의 수입과 지출 합계만 보면 마지막 잔액은 여전히 10억 원이지만, 중간의 지급을 약속대로 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여기서 ‘2억 원 부족’은 음수 현금으로 정상 지급했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는 추가 자금 확보, 지급 일정 변경, 지출 조정 등 어떤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 대응이 가능하다고 가정하지 않았으므로 뒤의 잔액을 실현된 결과로 확정할 수도 없다. AI 순환투자를 살필 때 기간 말의 숫자와 기간 중의 지급 가능성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현금이 움직여도 다른 항목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위 가정에서 첫째 달의 대출 원금 10억 원을 실제로 상환했다면 C에 남은 원금은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어든다. 서비스 대금 8억 원을 냈다는 사실이 대출 원금을 추가로 줄여 주지는 않는다. 돈을 받은 상대와 지급한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금을 갚은 10억 원을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료로 적어서도 안 된다.

구매 약정도 별도로 읽는다. 처음 약정한 30억 원 가운데 앞서 6억 원, 이번 두 달에 각각 8억 원씩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지급됐다면 이행된 합계는 22억 원이다. 금액 변경이나 계약 취소가 없다는 이 가정에서는 약정에 남은 서비스 금액이 8억 원이다. 이 숫자는 현재 현금 잔액이나 남은 대출 원금과 같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마지막 표에는 현금 10억 원, 대출 원금 10억 원, 미이행 구매 약정 8억 원이 각각 다른 줄에 놓일 수 있다. 셋을 무작정 더하거나 빼서 사업의 가치를 계산하지 않는다. 세금·이자·인건비·추가 매출·계약 조건을 생략한 연습이기 때문에 순이익이나 기업 가치를 알려 주는 표도 아니다. 이 구별 자체가 순환투자를 읽는 데 필요한 출발점이다.

부족한 돈을 메우는 방법도 같은 거래는 아니다

둘째 달 초의 부족액 2억 원을 새 대출로 마련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현금은 늘지만 갚아야 할 원금도 새로 생긴다. 누가 빌려주며 언제 갚는지, 담보나 이자 조건이 있는지에 따라 이후의 부담은 달라진다. 여기서는 그런 조건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거나 비용이 작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같은 2억 원을 신주 발행으로 마련하는 경우에는 기존 대출의 상환 의무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누가 어떤 권리를 얻는지와 기존 주주의 지분 비율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투자받았다는 한 문장만으로 대출과 같은 거래라고 읽거나, 비용이 전혀 없는 돈이라고 해석하면 모두 불완전하다.

고객이 당초보다 일찍 돈을 지급하는 경우도 따로 기록한다. 이미 제공한 서비스의 미수 대금을 받는 것인지, 앞으로 제공할 서비스의 선납금을 받는 것인지에 따라 남아 있는 이행 관계가 다르다. AI 순환투자 기사에서 ‘현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그 한 줄 뒤에 어떤 권리나 약속이 붙어 있는지까지 읽는다.

원래 공급자인 A가 부족액을 지원한다면 투자자·판매자·자금 제공자의 관계가 다시 겹칠 수 있다. 하지만 지원 방식이 지분인지 대출인지, 기존 대금의 지급 연기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같은 상대가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세 거래의 법적·경제적 내용을 하나로 합치지 않는다. 공개되지 않은 조건은 빈칸으로 남기고 확인 가능한 범위만 설명한다.

순환투자 기사 한 문장을 네 칸으로 옮기는 연습

독자는 새로운 거래 소식을 읽을 때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언제’라는 네 칸을 먼저 적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가 B에 투자하고 B가 A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문장을 보았다면 두 줄로 나눈다. 첫 줄은 투자금과 취득 권리, 둘째 줄은 서비스와 대금 지급 일정이다. 한 문장이 두 거래를 설명한다는 사실부터 보이게 만드는 연습이다.

그다음 각 줄에 실제 집행, 미래 약정, 추정 가운데 어떤 상태인지 표시한다. 회사가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면 계약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지, 전액 지급이나 전 기간의 서비스 제공을 모두 확인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발표문에 없는 지급일과 취소 조건을 독자가 대신 만들어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준일을 적는다. 이번 분기의 현금 잔액에 향후 여러 해의 구매 약정 총액을 붙여 같은 기간의 숫자처럼 비교하지 않는다. 금액 단위가 같아도 기준 기간이 다르면 비교가 어긋난다. 순환투자 구조를 그린 화살표 옆에 날짜와 거래 이름을 함께 쓰면, 무엇을 이미 확인했고 무엇을 더 찾아야 하는지 훨씬 분명해진다.

이 연습의 목표는 위험한 기업을 숫자 하나로 골라내는 것이 아니다. 거래의 연결과 현금의 순서, 남은 권리와 의무를 서로 바꾸어 읽지 않는 데 있다. AI 순환투자의 경제적 의미는 그다음에 검토할 문제다. 설명에 쓰인 모든 숫자가 가정인지 공시된 사실인지 구분되어야 독자도 결론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판단할 수 있다.

참고자료

  1. Jon Frost 외, Circular relationships among AI firms. BIS Bulletin No 137, 2026년 10월 1일. 투자와 상업 관계가 겹치는 구조의 정의, 그 경제적 이유와 조건부 위험을 다룬다. 저자들의 견해이며 BIS 전체의 확정 판단을 뜻하지 않는다.
  2. IFRS Foundation, IFRS 15 Revenue from Contracts with Customers. 공식 공개 개요의 수익 인식 원칙. 특정 기업의 회계 처리나 계약 전체를 판정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3. Yingyuan Chen·Deepali Gautam·Jason J Wu, The AI Ecosystem: Structure, Financing, and Financial Stability Considerations. IMF Technical Notes and Manuals. 공개 개요에 표시된 발행일은 2026년 10월 9일이다. 지분·부채·미래 수익 약정의 연결과 조건부 금융 안정 위험에 관한 공개 설명을 사용했다.

자료 확인 기준: 2026년 10월 27일. 금액 예시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며 실제 기업의 실적·거래 규모가 아니다. 이 글은 자금과 계약 관계를 읽는 개념 설명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 판단이나 붕괴 시점을 제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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